북미협상을 총괄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7일(현지시간) “북한의 ‘불량 행동’(rogue behavior)을 좌시할 수 없다”라며 또 한 차례 북한을 자극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앞서 21일에도 “북한이 비핵화하지 않으면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를 유지하겠다”고 발언, 리용호 북한 외무상으로부터 ‘조미협상의 훼방꾼’ ‘미국 외교의 독초’ 등 비난을 받았지만 개의치 않고 기 싸움을 이어나갔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미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린 미국 재향군인회 ‘아메리칸 리전’ 행사에 참석해 ‘미국주의’(Americanism)를 주제로 연설하면서 “미국주의란 우리가 직면한 도전에 대해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북한의 불량한 행동을 좌시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정책이 이전 정부와 크게 달라졌음을 강조하면서 이란, 중국과 함께 북한의 예를 든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연설 중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적 지원을 이끌어냈다”라는 점을 트럼프 행정부의 성과로 꼽기도 했다. 여기서 ‘국제적 지원’은 대북 제재를 의미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이어진 지역언론 인터뷰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해온 것 중 가장 특별한 것은 국제적 공조를 확대한 것”이라며 “우리는 북한에 실질적 압박을 가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제재를 들먹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조속한 북미 실무회담 재개 결단을 촉구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이 우리 (협상)팀과 협력해 미국 국민을 위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그의 팀을 현장에 배치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협상 국면을 의식한 듯 발언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그는 연설에서 ‘제재’라는 표현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고, 인터뷰에서도 ‘미국의 제재’가 아닌 ‘국제사회의 제재’에 방점을 찍었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영국과 프랑스, 독일은 이날 비공개회의를 마친 뒤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와 북미 협상 재개, 충실한 대북제재 이행을 촉구하는 3개국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존 힐 미국 국방부 미사일방어국장도 최근 발표한 ‘2019년 국장의 비전과 의도’ 보고서에서 북한을 ‘잠재적 적’으로 지목하고 “현재도 탄도미사일 확산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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