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한국을 제외한 28일 ‘극일’을 내건 우리 정부는 소재ㆍ부품ㆍ장비 분야 연구개발(R&D) 계획을 발표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반도체ㆍ디스플레이 등 산업 소재 100여개를 ‘핵심품목’으로 정하고, 관련 R&D에 3년간 5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일본 수출규제 대응 확대 관계장관회의 겸 제7회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소재ㆍ부품ㆍ장비 연구개발 투자 전략 및 혁신대책’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은 지난 5일 정부가 내놓은 소재ㆍ부품ㆍ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에서 R&D 관련 내용을 구체화한 것이다. 먼저 과기정통부는 100여개의 핵심 소재ㆍ부품ㆍ장비 개발에 내년부터 2022년까지 5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현영목 과기정통부 R&D투자혁신팀장은 “향후 7년간 핵심 소재ㆍ부품 개발에 7조8,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소재ㆍ부품ㆍ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 중 5조원을 내년부터 집중 지원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다만 핵심 품목이 일본에 유출되는 걸 막기 위해 구체적인 목록은 밝히지 않았다.
R&D가 시급하게 필요한 핵심품목 관련 사업의 경우 예비타당성조사를 기존 경제성 평가에서 비용효과 분석으로 대체하고, 사업 추진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종합평가에는 현장 전문가가 다수 참여하도록 할 방침이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연구비 매칭 비중을 중소기업 수준(50%→40%)으로 낮춰 R&D 참여를 촉진하기로 했다.
대통령 직속기구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산하에 핵심품목 관리를 총괄적으로 담당할 민ㆍ관 공동의 ‘소재ㆍ부품ㆍ장비 기술특별위원회’도 설치ㆍ운영한다. 특별위원회는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우대조치를 받을 수 있는 핵심품목 사업에 대한 사전 검토ㆍ심의를 맡는다.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 조치와 같은 유사 상황이 발생했을 때 즉각 대처할 수 있는 중앙 정부 차원의 국가연구실(가칭)도 만든다. 핵심 소재ㆍ부품의 상용화를 위한 실험 연구시설도 설치하기로 하고, 카이스트 부설 나노종합기술원에 12인치 웨이퍼 공정시설을 구축하기로 했다.
김성수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최근 상황은 기술 자립화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며 “R&D를 통한 핵심기술 확보를 착실히 진행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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