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부정출제 의혹이 제기됐던 공인회계사 시험에 대해 진상조사를 실시한 결과, 출제 과정에서 공정성이 훼손된 정황을 일부 확인하고 연루된 출제위원을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재발방지를 위해 시험관리 시스템 전반을 손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수험생을 중심으로 국가시험에 대한 신뢰성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28일 금감원은 2019년도 공인회계사시험(제54회)의 최종 합격자를 발표하는 한편 2차 시험의 ‘회계감사’ 과목에 대해 제기된 부정출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지난달 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에는 A대학 고시반 모의고사에 출제된 문제 2개가 실제 시험에 출제된 문제와 형식과 내용 면에서 유사하다며 부정 출제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금감원은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금감원 조사 결과 올해 5월 무렵 시험 출제위원 B씨는 A대학에서 회계사 시험 대비 특강을 해왔던 C씨로부터 A대학의 모의고사 문제를 스마트폰을 통해 전달 받았다. B씨는 올해 처음 출제위원에 위촉됐는데, 출제 경험이 없다 보니 주변으로부터 출제에 도움이 될만한 자료들을 수집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A대학 모의고사 중 2개 문제가 지난 6월에 치러진 2차 시험에 유사하게 출제되면서 수험생들로부터 부정 출제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B씨는 “모의고사 문제를 전달받은 것은 맞지만, 파일을 열어보지는 않아 문제 내용을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B씨가 시험 출제에 앞서 모의고사 내용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 조만간 B씨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한편 특강 강사이면서 모의고사를 출제한 C씨는 지난해 시험결과가 발표되기 전 수험생들에게 자신이 출제위원이었다는 사실을 누설한 사실이 드러나 비밀 준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A대학에 C씨에 대한 징계를 의뢰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수사 결과가 나와야 부정출제 여부를 최종 판단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수험생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의혹이 제기된 2개 문제는 모두 정답 처리를 하기로 결정했다. 박권추 금감원 회계전문심의위원은 “이들 문제의 배점(3점)이 낮아 합격자 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올해의 최종 합격자는 1,009명으로 정해졌다.
금감원은 회계사 시험 출제위원 수를 대폭 늘려 출제자와 문제 선정자를 분리하는 한편 출제위원이 소속된 대학의 모의고사와 시험문제를 비교하는 등 시험관리 시스템을 연내 개선해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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