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초로 상하이(上海)에 문을 연 미국의 회원제 대형 유통체인 코스트코가 첫날 영업이 중단될 정도로 고객이 몰려 대박을 터뜨렸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기업은 중국에서 떠나라”고 엄포를 놨지만, 정작 중국 시장에 새로 진출한 미국 기업은 중국 소비자의 열성 덕분에 오히려 재미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이에 중국은 건실한 내수경제를 앞세워 “중국을 외면하는 미국 업체는 제 무덤을 파는 격”이라고 맞불을 놓으며 선전전에 열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기업의 인기 덕분에 중국으로부터 ‘한 방’을 맞은 셈이다.
28일 펑파이, 왕이, 신랑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전날 개장한 중국 코스트코 1호점에서는 셔터를 올리기가 무섭게 고객들이 매장 안으로 쇄도하면서 오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상당수 인기 품목이 동났다. 밖에서는 3시간 이상 기다려야 주차할 수 있다는 안내판이 내걸릴 만큼 쇼핑에 나선 차량이 진을 치면서 주변 교통이 마비됐고, 매장 안에서도 북적대는 인파에 1시간 넘게 줄을 서야 간신히 계산을 끝낼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고객이 서로 밀치고 몸싸움을 벌이면서 분위기는 온통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급기야 매장 측은 오후 1시쯤 영업을 중단하는 극약처방을 내렸고, 미처 매장 안에 들어오지 못한 고객들은 분을 삭이며 발길을 돌려야 했다.
전자상거래 시장의 급성장으로 오프라인 마켓이 설 자리를 잃어가는 중국에서 코스트코의 폭발적 인기는 이례적이다. 더구나 주말도 아닌 평일인데도 길게 줄을 늘어선 장사진에 중국 언론들은 “소비가 살아나고 있다는 증거”라며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진풍경”이라고 앞다퉈 전했다.
특히 관영 매체는 이 같은 열기를 미국에 맞설 호재로 활용하고 있다. 환구시보는 28일 “중국은 미국보다 중산층이 더 두텁다”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잠재력과 인프라를 갖춘 중국 시장을 포기하는 건 글로벌 기업들이 감당할 수 없는 큰 짐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자동차 업체 테슬라는 상하이에 거금을 투자했고, 올 상반기 외국인의 중국 진출도 지난해보다 7.2%가 늘었다”면서 “무역전쟁이 길어질수록 중국 경제의 적응력이 강해져 미국을 대체할 안팎의 동력 또한 커지고 있다”고 자신했다.
차이나데일리도 “미국의 관세 공격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일부 회사는 중국에서의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며 “이는 중국 시장을 떠나는 것이 불가능하고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라고 가세했다. 앞서 23일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미 제조업체들이 중국 내 영업을 대체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윽박지르며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 미국으로 돌아와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지만 한낱 헛수고라는 것이다.
중국은 이 같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미국의 패권주의를 비판하며 공세의 고삐를 바짝 당겼다. 인민일보는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해 무역 패권주의의 본질을 한층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면서 “관세를 무기로 휘두르는 미국의 행동은 무역 장벽을 높이고 교역규모를 감소시켜 세계 경제를 진흙탕에 빠뜨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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