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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적’ 묘 찾은 미국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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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적’ 묘 찾은 미국 대사

입력
2019.08.28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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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교가 “‘적에서 동지로…’ 배경에는 중국” 

대니얼 크리튼브링크(오른쪽) 주베트남 미국 대사가 27일 호앙 남 꽝찌성 부성장과 쯔엉선 국립묘지를 타종하고 있다. VN익스프레스 캡처
대니얼 크리튼브링크(오른쪽) 주베트남 미국 대사가 27일 호앙 남 꽝찌성 부성장과 쯔엉선 국립묘지를 타종하고 있다. VN익스프레스 캡처

베트남 주재 미국 대사가 자국과 벌인 전쟁에서 사망한 베트남 장병 묘에 분향했다. 과거 ‘적’의 묘를 찾은 것이다. 미 대사가 베트남전 장병 유해를 모신 국립묘지를 찾은 것은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28일 VN익스프레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주베트남 미국대사는 지난 27일 오후 베트남 중북부 꽝찌성에 있는 쯔엉선 국립열사묘지를 찾았다. 해당 묘지는 1964∼1975년 미국과 베트남이 벌인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베트남 장병 1만여명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크리튼브링크 대사는 호앙남 꽝찌성 인민위원회 부위원장과 타종한 뒤 1분간 묵념하고 전몰 장병의 묘에 분향하는 등 30분가량 이곳에 머물렀다. 그는 이어 1954년 제네바 협정으로 베트남을 남북으로 갈랐던 17도 선상에 있는 히엔르엉 다리를 방문하기도 했다.

베트남 독립기념일(9월 2일)을 1주일 가량 앞두고 이 같은 행보를 한 크리튼브링크 대사는 “이번 방문은 조국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친 분들에게 존경을 표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방문을 통해 미국과 베트남 양국이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고 전후 극복 의지에 대한 메시지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노이 외교가 소식통은 “국교 정상화, 양국 정상 상호 방문, 미국의 무기금수조치 해제 등으로 이어지는, 적에서 동지로 변한 양국 관계를 보면 이상할 게 없다”면서도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는 양국 관계 배경에는 남중국해 등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이 있다”고 말했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당사국 중 가장 큰 목소리를 내고 있는 베트남은 내년 아세안 의장국,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수임을 앞두고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외교장관회의 등 다자외교 무대를 통해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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