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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람 “홍콩 혼란 멈출 법적 검토 책임”…계엄 카드 만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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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람 “홍콩 혼란 멈출 법적 검토 책임”…계엄 카드 만지작

입력
2019.08.28 16:08
수정
2019.08.28 18:5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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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년만의 긴급법 발동 가능성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27일(현지시간) 정부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홍콩=AP 뉴시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27일(현지시간) 정부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홍콩=AP 뉴시스

잦아들지 않는 홍콩 시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홍콩 당국이 결국 계엄령과 다름없는 ‘최후 카드’를 꺼낼 것이란 관측이 짙어지고 있다.

2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明報)에 따르면,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의 시위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데 따라 홍콩 당국이 긴급정황규례조례(긴급법) 발동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긴급법 발동 검토 관측에 대해 “정부는 폭력과 혼란을 멈출 수 있는 법적 수단을 제공하는 홍콩의 모든 법규를 검토할 책임이 있다”며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에드워드 야우 홍콩 상무경제발전국장도 “질서를 회복할 수 있는 홍콩의 법규에 대해 날마다 생각하고 있다”며 긴급법 발동 관측을 더했다.

긴급법은 공중의 안전이 위협받는다고 판단될 시 행정장관이 의회 승인 없이 발동할 수 있다. 긴급법에 따라 행정장관은 공중 안전을 위협한 인물에 대한 체포는 물론 구금, 추방할 수 있으며 간행물 발행은 물론 통신과 통신 방법 등에 대해서도 정부가 검사하고 통제할 수 있다. 아울러 물자 운송과 운송인에 대한 통제와 특정인의 재산도 몰수할 수 있는 등 사실상의 계엄령으로 해석된다. 10월 1일 건국 70주년 기념일 이전에 홍콩 사태를 신속히 마무리하려는 중국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홍콩 역사상 긴급법 발동은 ‘67폭동’이라 불리는 1967년 있었던 대규모 반영(反英) 시위 사태 때 단 한 번 이뤄졌다. 당시 영국령이었던 홍콩의 한 공장 직원들의 파업으로 시작된 시위는 공산주의 세력이 끼어들며 자살 폭탄 테러까지 자행되는 대규모 소요 사태로 확산됐다. 격화하는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당시 정부는 긴급법을 발동시켜 대대적으로 시위대를 잡아들였다. 중국 공산주의 세력 진압을 위해 쓰인 긴급법이 다시 발동되면 52년 만에, 이번에는 반중(反中)구호를 외치는 시위대 진압에 쓰여지는 것이다. 만일 31일 예정된 주말 시위에서 시위대 폭력 수위가 치솟을 경우 람 장관은 ‘무소불위’와 다름없는 긴급법을 발동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중국군의 무력 개입의 명분도 쌓일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홍콩 시위 시작 이래 경찰의 첫 실탄 사격이 이뤄졌던 25일 시위에서 맨몸으로 경찰이 겨눈 총구를 막아선 일명 ‘홍콩판 탱크맨’의 정체가 42세의 평범한 중년 남성 ‘앤서니’로 확인됐다고 영국 BBC가 홍콩 독립 매체인 이니시움미디어를 인용해 27일 보도했다.

이니시움미디어에 따르면, 앤서니는 홍콩 시위에 참여하려던 게 아니라 오히려 시위를 진압하는 경찰을 돕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고 밝혔다. 흥분한 시위대를 향해 경찰을 공격하지 말라고 말리던 중 한 발의 총성이 울렸고, 놀라 물러선 시위대를 등지고 총을 겨눈 경찰을 향해 “이건 도움이 안 된다”고 외쳤다. 앤서니는 “내가 총에 맞으면 물론 가족에게 죄책감을 갖게 되겠지만, 그래도 옳은 일을 해야 한다는 쪽으로 생각이 돌아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총을 빼든 경찰이 아니라, 그들 뒤에 버티고 있는 체제에 화가 난다. 왜 홍콩이 이렇게 됐나”라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앤서니와 실탄을 겨눈 경찰 간 대치 장면이 외신 등을 통해 알려지며 홍콩 시민들은 그를 ‘홍콩의 탱크맨’이라고 부르며 치켜세웠다. 1989년 톈안먼 (天安門) 민주화 운동 당시 흰 셔츠 차림으로 진압군 탱크 행렬을 막아섰던 시위대에 빗대며 홍콩 시위의 상징으로 부각하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반면 경찰의 경고사격 뒤 시위대가 전열을 정비할 수 있도록 ‘쇼’를 벌였다고 비난하고 있다. 앤서니가 영웅시되며 홍콩 시민들의 반중 정서를 자극할 것을 우려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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