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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배~ 싫어” “생일 초대리스트서 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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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배~ 싫어” “생일 초대리스트서 뺄거야”

입력
2019.09.02 07:00
수정
2019.09.02 08:53
24면
0 0

개콘 시사 풍자코너 ‘국제유치원’

KBS2 ‘개그콘서트’ 코너 ‘국제유치원’에서 북한 어린이 역을 맡은 개그맨 김태원(왼쪽부터)과 한국 어린이를 연기한 송준근, 일본 어린이 역을 맡은 양상국이 최근 서울 여의도 KBS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KBS2 ‘개그콘서트’ 코너 ‘국제유치원’에서 북한 어린이 역을 맡은 개그맨 김태원(왼쪽부터)과 한국 어린이를 연기한 송준근, 일본 어린이 역을 맡은 양상국이 최근 서울 여의도 KBS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병아리 같은 어린이들이 탐스럽게 생긴 복숭아를 베어 물려다 깜짝 놀라 땅에 떨어뜨린다. 유치원 친구가 준 복숭아가 일본 후쿠시마에서 그의 할머니가 기른 것이란 말을 듣고 보인 반응이다. “아, 배~.” 복숭아를 먹은 한 어린이는 갑자기 복통을 호소했다. “너 자꾸 그러면 생일 초대리스트에서 뺄 거야!” 시끌벅적한 유치원엔 아이들 싸움이 끊이지 않는다.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방사능 오염 정도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후쿠시마, 한국과 날을 세우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국내 대법원이 강제동원 개별 손해배상청구권 인정 판결을 한 뒤 시행된 일본의 한국 ‘화이트 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 배제.... 지난달 첫 선을 보인 KBS2 ‘개그콘서트’의 코너 ‘국제유치원’은 한국과 일본의 현안을 재치있게 다룬다. 한ㆍ북ㆍ미ㆍ중ㆍ일을 둘러싼 격변의 국제 정세를 유치원이란 공간으로 가져와 국적이 다른 ‘아이들의 입’으로 무겁지 않게 풍자해 웃음을 준다. 온라인엔 ‘드디어 ‘개그콘서트’에 시사풍자 코너가 나왔다’는 반응의 글이 올라왔다. 2010년대 초에 방송돼 화제를 모은 ‘비상대책위원회’와 ‘사마귀 유치원’ 이후 개그콘서트에서 볼만한 시사풍자 코너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첫 녹화에서 ‘아, 배 싫어’하는데 방청석에서 환호가 터지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흥이 나 방방 뛰면서 ‘아, 배 싫어’를 외쳤죠.” ‘국제유치원’에서 한국 어린이를 연기한 개그맨 송준근은 “국민이 화가 나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라고 말했다. 송준근을 비롯해 ‘국제유치원’에서 일본 어린이로 나오는 양상국, 북한 어린이 역을 맡은 김태원을 최근 서울 여의도 KBS에서 만났다.

KBS2 ‘개그콘서트’ 코너 ‘국제유치원’에서 미국 어린이 역을 맡은 개그맨 김성원(왼쪽에서 두 번째)은 오른쪽 어깨에 파란새 인형을 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정치’에 대한 풍자다. KBS 제공
KBS2 ‘개그콘서트’ 코너 ‘국제유치원’에서 미국 어린이 역을 맡은 개그맨 김성원(왼쪽에서 두 번째)은 오른쪽 어깨에 파란새 인형을 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정치’에 대한 풍자다. KBS 제공

‘국제유치원’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양상국이 판을 짰다. 그는 “국제 정세가 엄청 빠르게 변하는 걸 보고 코너를 구상했다”고 말했다. 카카오톡 단체대화방(단톡방)에서 농담 대신 기사 링크를 주고받는다. ‘국제유치원’ 단톡방엔 매일 쏟아지는 국제 뉴스로 가득하단다.

한국을 둘러싼 뉴스가 연일 쏟아지다 보니 소재는 넘쳐난다. 덜어내는 게 ‘일’이다. 양상국은 “중국에서 불어오는 미세먼지로 워낙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아 매주 다루려 했지만” 원인에 대한 한국과 중국의 입장이 판이하게 달라 포기했다. 녹화할 때 불쑥 어른 목소리가 튀어나와 애를 먹기도 한다고.

‘국제유치원’에서 김태원은 송준근에게 쉬지 않고 종이비행기를 날린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비유다. ‘봉숭아학당’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연기해 주목받은 김태원은 ‘김정은 전문 개그맨’으로 통한다. KBS 의상실엔 김태원이 김 국무위원장을 연기할 때 입는 전용 의상 두 벌이 따로 있다. 김태원은 김 국무위원장 관련 해프닝도 들려줬다. “(트로트 가수 윤수현의) ‘천태만상’ 뮤직비디오 촬영을 파주에서 김 국무위원장 분장을 하고 찍었어요. 그날 ‘개그콘서트’ 아이템 회의가 있어서 뮤직비디오 촬영 끝나자마자 옷도 못 갈아입은 채 차를 몰았죠. 서울로 오다가 눈길에 살짝 접촉사고를 냈어요. 그런데 상대 운전자가 절 보고 깜짝 놀라더라고요.”

‘국제유치원’은 남북과 미북, 한일 정상이 평화를 위해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린다. “너희 집 가도 돼?”란 상황극까지 준비해 뒀다. 김태원은 “정세가 빨리 나아져 서로 싫어하는 걸 보면서 웃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걸 보며 웃음을 줄 수 있는 개그를 짜고 싶다”라고 바랐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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