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분리 수거 지휘하는 부디 산토소 탄중왕이 이장
<11> 쓰레기 없는 마을
※ 인사할 때마다 상대를 축복(슬라맛)하는 나라 인도네시아. 2019년 3월 국내 일간지로는 처음 자카르타에 상주 특파원을 파견한 <한국일보>는 격주 목요일마다 다채로운 민족 종교 문화가 어우러진 인도네시아의 ‘비네카 퉁갈 이카(Bhinneka Tunggal Ikaㆍ다양성 속에서 하나됨을 추구)’를 선사합니다.

인도네시아의 쓰레기 분리수거 정책은 2012년 정책번호 13번에 명시돼 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절약(Reduce) 재사용(Reuse) 재활용(Recycle)’ 3R이 기본이다. 재활용 쓰레기 값어치만큼 각자 저축하는 쓰레기은행 사업도 구축했다.
정작 실생활 정착은 걸음마 단계다. ‘인도네시아의 부산’ 수라바야는 플라스틱병 등을 가져오면 버스를 무료로 태워주고, 발리는 비닐봉지와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하고, 수도 자카르타는 비닐봉지를 유료화하는 등 그나마 앞선 일부 지방정부조차 반짝 아이디어나 강제력에 기대는 실정이다.

서부자바주(州) 수방의 탄중왕이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기본에 충실한 정책을 펴고 있다. 그래서 지속가능하고 성과도 뚜렷하다. 2017년 초부터 ‘쓰레기 없는 마을’ 사업을 지휘하고 있는 부디 산토소(43) 탄중왕이 이장(우리나라 면장에 가깝다)을 만났다. 그는 지난해 재선에 성공했다. “선거운동 기간 경쟁자들이 쓰레기통을 뽑아가거나 부수는” 웃지 못할 일도 겪었다고 했다.

-지원단체도 말렸다는데.
“주민들이 원했지만 막상 해보니 쉽지 않았다. 주민들 의식 속에 여전히 쓰레기를 마구 버리는 습관이 있었다. 나부터 그랬다. 우리 가족부터 바꾸자 마음먹었다. 처음엔 300가구로 시작했다. 설명회를 수없이 했다. 청년회 부녀회 등 동네 조직을 총동원했다. 이슬람 기도 모임에도 찾아갔다. 1년쯤 지나자 익숙해졌다.”

-어떤 변화가 있었나.
“내 쓰레기은행 계좌에 40만루피아가 쌓였다. 주민들도 쓰레기를 모아 저축하는 습관이 생겼다. 비상시에 쓸 수 있다. 쓰레기가 널려있던 논과 하천이 깨끗해졌다. 모기도 거의 없다. 쓰레기 처리 비용도 줄었다. 여러 곳을 다녀본 결과 우리 마을이 쓰레기 처리만큼은 인도네시아에서 1등인 것 같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한 번 다녀갔으면 좋겠다.”

-앞으로 계획은.
“외진 마을에도 쓰레기통을 설치하고 교육을 시킬 예정이다. 한국에 두 번 가봤는데 너무 깨끗해서 꿈나라에 온 기분이었다. 한국인들처럼 환경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생활 속 실천으로 굳어졌으면 좋겠다. 새마을세계화재단과 김천시에 감사한다. 잘 관리해서 진짜 쓰레기 없는 마을로 만들겠다. 새마을재단과 김천시 도움으로 시작한 양어장 사업과 파파야 농사도 잘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을 집집마다 파파야 어린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수방=글ㆍ사진 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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