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서 “한일청구권협정 통해 이미 배상” 기존 입장 되풀이
한국 외교부 “어둡고 불행한 역사 다시 쓰려는 시도 성공 못해” 일침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장관이 27일 기자회견에서 한국을 겨냥해 역사를 바꿔 쓸 수 없다고 말했다. 식민지 지배라는 역사적 과오를 외면하고,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을 무시한다는 비판을 받는 일본 정부의 관료가 한국을 향해 ‘적반하장’ 격의 막말을 한 것이다.
일 마이니치신문 인터넷판 보도에 따르면 고노 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한 외국인 기자로부터 “한국 정부가 ‘일본은 역사 문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지적하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한국이 역사를 바꿔 쓰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어 "한일 간 가장 중요한 문제는 65년의 협정에 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통해 강제징용 배상 문제가 이미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역사를 바꿔 쓸 수는 없다'는 고노 장관의 언급은 사실 한국 등 주변국이나 일본 내 양심적 지식인들이 아베 정권을 비판할 때 주로 쓰는 문구다. 그런데 이런 비판을 받는 당사자인 아베 정권의 관료가 역으로 한국을 향해 같은 표현을 사용하며 억지 주장을 편 것이다.
마이니치는 한국 내에서는 1910년 한일합병(경술국치)을 중심으로 한 한일 관계에 대해 일본에서 '역사 수정주의'가 강해지고 있다는 견해가 있다며, 고노 외무장관의 발언이 한국의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역사 수정주의는 식민 지배와 전쟁 책임 등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과거사를 왜곡하려는 움직임으로, 아베 정권 출범 이후 거세지고 있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고노 장관에 대해 “한국 등 아시아 여러 나라와 그 국민들에게 심대한 고통을 초래했던 어두운 역사를 제대로 직시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어둡고 불행한 역사를 부정하고 다시 쓰려는 시도야말로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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