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미국 전문가 진단]
“청와대 설명이 美관리 불만에 기름 부어… 한미 파트너십에 더 회의적”
“美, 북한 문제에 文정부 도움 필요… 당장 불만 커도 일시적일 듯” 관측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표출하는 불만의 수위가 ‘실망’ ‘심각한 오산’ ‘미군에 대한 위협’ 등으로 계속 올라가면서 한미 관계 균열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의 동아시아 전문가들도 대체로 트럼프 정부 인사들과 마찬가지로 한국 정부의 결정에 실망감을 드러내며 한미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 정부로선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배제 결정에 대한 대응조치로 지소미아 종료 카드를 꺼냈지만, 한미일 삼각 협력으로 동북아 안보를 관리해 온 미국 입장에선 이를 한미 동맹 훼손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3명의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미국 정부가 표출하는 불만의 배경을 들어봤다.
“워싱턴 이해한다는 주장, 미국 관리들 화나게 해”
브래드 글로서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퍼시픽포럼 국장은 “미국의 국가안보 관료들과 동맹 관리자들은 한국 정부의 결정에 매우 실망해 있다”면서 “특히 워싱턴이 그 결정을 이해했다며 암묵적으로 승인한 것으로 시사한 서울의 주장이 많은 이들을 화나게 만들었다”고 워싱턴의 기류를 전했다. 지난 22일 지소미아 종료를 발표할 당시 “미국이 이해하고 있다”는 청와대의 설명이 가뜩이나 전격적 결정으로 뒤통수를 맞은 미국 관리들의 부글거리는 불만에 기름을 부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의 안보 설계자들은 미국 안보가 동맹의 안보와 깊게 연계돼 있다는 점을 잘 아는 전문가들로서 동맹 관계에 전적으로 헌신하고 있는데, 상대 파트너가 그렇게 하지 않고 일을 더 어렵게 만든 데 대해 화가 난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미 관계가 굳건히 유지되고 더 절실해질 것이라는 서울의 주장과 달리, 미국 정부는 한국의 파트너에 대해 더 회의적인 입장이 될 수 있다”라며 “한국 정부가 미국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더 많은 일을 해야만 할 것이다”고 말했다.
“군사적 측면보다 외교 및 전략적 문제 야기”
제임스 쇼프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도 “워싱턴은 서울이 지소미아를 유지하도록 설득하는 데 정말로 노력했고, 한국이 지소미아를 종료할 이유가 없다고 봤다”라며 미국 정부의 불만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지소미아는 서울이 도쿄와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의무화한 게 아니다. 차후에 필요할 때를 대비해 이를 그대로 두더라도 아무런 비용이 들지 않는다”라며 “한국 정부의 실수다”고 지적했다. 지소미아를 유지한 상태에서도 한국이 원치 않으면 일본과 정보 공유를 하지 않아도 되는데 굳이 이를 종료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청와대는 공개적으로 일본을 당황하게 만들고 일본에 대한 불만을 표출시키고 싶은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한미 관계를 일정 정도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지소미아 종료로 야기되는 문제와 관련해선 “군사적 문제보다는 한일 및 한미일 삼각 협력 악화라는 측면에서 외교적이고 전략적인 문제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소미아와 방위비 압박은 별도 이슈”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로 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데 대해서 이들 전문가는 별개 이슈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글로서먼 국장은 “지소미아 이슈는 매우 디테일해 트럼프 대통령의 계산 속에 들어 있을 것으로 생각지 않는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들이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는 지론에서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 트럼프 정부 인사들이 지소미아 종료에 직설적인 불만을 드러내는 데 반해 트럼프 대통령은 “지켜보자”는 언급 외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쇼프 연구원도 “미국 정부 및 군 인사들이 실망했지만 방위비 분담금의 큰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이를 밀어붙이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뿐이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소미아 이슈와 상관없이 분담금 증액 압박을 가할 텐데, 잘못되고 공정치 못한 입장이다”고 말했다. 한국 내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 과정에서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사용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이에 대해 글로서먼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지만, 미국 내 국가안보 관리 누구도 이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며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식의 위협을 하면 이를 막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불만 일시적’ 의견도… “워싱턴, 서울 도움 필요”
미국의 불만 표출이 단기간에 그칠 것이란 반론도 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익연구소 한국담당 국장은 “단기적으로는 미국 관리들로부터 분한 목소리가 나오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트럼프 정부가 이를 전면적인 위기보다는 골칫거리 정도로 보게 될 것이다”며 “대북 문제를 고려하면, 워싱턴으로서도 이번 사건을 일단 제쳐 두고 서울의 도움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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