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저녁 7시에 예약하려고 하는데, 가능한가요?”
“혹시 몇 분이서 오시나요?”
“네 명이요.”
“잠시만요… 내일 저녁 7시에 예약 가능하세요. 이렇게 예약해드릴까요?”
“저…”라고 하며 말을 천천히 끌기도 하고, “~받구요”와 같은 구어체를 사용한다. “주차장은 2시간까지는 무료시구요”와 같은, 다소 문법에 맞진 않지만 서비스직 직원들이 자주 사용하는 경어체를 쓰기도 한다. 모르고 들으면 예의 바른 직원이 직접 전화를 받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전화 반대편에 있는 존재는 네이버가 개발한 인공지능(AI), 즉 기계다.
지역 소상공인과 지도 관련 기술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네이버 사내독립기업(CIC) ‘글레이스(Glace)’는 27일 예약 전화를 받아주는 차세대 스마트 자동응답서비스(ARS) ‘AI콜(가칭)’을 공개했다. AI콜은 예약ㆍ주차 가능 여부, 유아용 의자 필요 여부, 메뉴 주문 등 기존에 직원이 응대해야 했던 고객들의 다양한 질문에 AI 목소리가 실시간으로 응대해주는 서비스로, 끊어지지 않고 자연스러운 한국어 대화가 특징이다. 연내 경기 성남시 아웃백 미금점을 시작으로 적용 매장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건수 네이버 글레이스 대표는 “어설프게 시장에 내놨다가는 소비자 경험을 해칠 수도 있기 때문에, 올해는 품질 확보에 주력하고 내년부터 시장에 보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AI콜은 지난해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AI’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던 구글 ‘듀플렉스(Duplex)’와 꼭 닮았지만, 완벽한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독보적인 강점을 지닌다. 한시형 네이버 클로바AI팀 리더는 “현재까지 이 정도 수준의 자연스러운 한국어 대화가 가능한 AI는 네이버 기술이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구글 듀플렉스가 ‘예약을 거는’ 이용자 입장에 조금 더 집중했다면, 네이버 AI콜은 ‘예약을 받는’ 소상공인의 짐을 덜어준다는 점에서도 다르다. 이 대표는 “저희와 구글은 접근 방식이 다르다”며 “고객이 전화했을 때 AI와의 통화임을 고지해 사용자 동의를 받는 등 지난해 듀플렉스 공개 직후 제기됐던 AI 윤리 문제를 신경 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AI콜에는 네이버가 그간 개발해온 AI 기술이 집약돼 있다. 먼저 클로바의 음성인식기술(CSR)을 활용해 고객의 음성 데이터로부터 문장을 추출하고, 이를 자연어처리(NLP) 기술로 분석해 의도를 파악한다. 이후 사업주가 미리 등록해둔 정보 중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찾아 이를 다시 문장으로 다듬는다. 정리된 답변은 음성합성기술(CSS)을 통해 자연스러운 목소리로 고객에게 전달된다. 이 모든 과정은 0.2초 이내에 진행된다. 고객 입장에서는 실시간으로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하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네이버 글레이스는 AI콜을 비롯해 ‘네이버 예약’ ‘테이블 주문’ 등 네이버가 제공하는 다양한 기술을 활용하면 소상공인들이 사업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네이버 예약 서비스를 도입한 서울 서대문구의 한 식당의 경우 매장 회전율 증가, 재고 비용 절감 효과로 전년 대비 매출이 20% 증가하는 효과를 얻기도 했다. 이 대표는 “대다수 지역 소상공인들은 적은 인원으로 예약부터 고객 응대, 주문, 서빙, 결제까지 사업 전반 과정을 맡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네이버의 다양한 기술 플랫폼을 활용해 매출 성장까지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