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 성폭력 등 각종 의혹에 중심에 선 대한빙상경기연맹을 1년 가까이 이끈 김영규 관리위원장이 “빙상인들의 개선 의지가 부족하다”고 아쉬움을 호소하며 사퇴했다.
김영규 관리위원장은 27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3년간 검찰에서의 공직 경험을 살려 미약하나마 빙상계 혁신과 화합에 기여하는 주춧돌을 하나라도 올리려고 했지만, 능력 부족으로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며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으로 관리위원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빙상연맹이 진정으로 선수와 지도자를 육성 및 지원하고, 국민에게 신뢰와 희망을 드리는 연맹으로 거듭나기를 기원한다”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빙상연맹은 지난해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치르면서 불거진 각종 사고로 문화체육관광부의 특정감사를 받았고, 지난해 9월 대한체육회로부터 관리단체 지정을 받았다. 대한체육회는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김영규 변호사를 관리위원장으로 임명, 빙상연맹의 정상화를 꾀했지만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관리위원회는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에게 폭행을 가한 혐의로 조재범 전 코치를 영구제명하는 등 총 11명에 대한 징계처분을 내렸고, 스포츠인권개선 TF팀 구성, 인권교육 강화 및 훈련 시스템 개선방안 등을 마련했지만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무엇보다 내년 상반기 개최 예정인 국제빙상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 등을 앞두고 대회 준비는 미비한 데다, 공석인 연맹 회장 선출을 위한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못해 조직 정상화는 요원한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빙상인들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며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관리단체로 지정된 지 1년이 되고 있는데도, 빙상인 스스로 그 동안의 잘못된 관행과 일탈행위를 자성하고 이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며 “서로 화합해 내년 국제대회 개최 등 현안에 동참하려는 움직임도 별로 없다”고 꼬집었다.
'젊은 빙상인 연대' 소속 지도자 등이 문제점과 혁신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신구 세대와 파벌을 뛰어넘어 다양한 목소리를 취합하고 새로운 개혁안이나 로드맵을 끌어내지 못하는 빙상계의 현실에 한계를 느꼈다는 게 김 위원장의 생각이다. 대한체육회는 논의를 거쳐 차기 관리위원장을 선임할 예정이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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