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실무협상 재개 바람잡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경제적 잠재력’을 거론하며 북미 대화 재개 의지를 피력했다. 비핵화 조치의 반대급부인 대북 경제 제재 완화 '운'을 떼며 조속한 실무협상 재개를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26일(현지시간)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이란은 엄청난 잠재력이 있는 나라”라며 이란 문제를 언급하던 중, “그런데 북한과 관련해서도 그렇게 말하겠다”라며 대뜸 북한 이슈를 끄집어냈다. 그는 “내가 잘 알게 된 김정은은 엄청난 잠재력이 있는 나라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며 특히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 한국 사이에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 대륙과 한국을 이을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을 지적한 것이다.
항공편을 이용해 한국에 가는 방법 외 철로 등으로 북한을 통과해 가는 방법이 있음을 거론한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일이 거기(북한)에서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북한은 엄청난 경제적 잠재력이 있다. 그리고 김정은도 이를 알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남북과 중국 러시아를 잇는 철로 구축사업 가능성을 시사하며, 비핵화 조치에 따른 잠재적 ‘보상’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이날 압델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들어가면서도 “이란은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 (그런데) 큰 잠재력을 가진 게 누구인지 아는가. 북한과 김정은”이라며 작정한 듯 재차 북한의 경제 발전 잠재력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리고 나는 북한이 (북핵 협상을) 망쳐 버리길 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망쳐 버리면 (북한에) 좋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메시지는 최근 북미 실무협상 재개 의지를 피력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의 대화가 “곧 재개될 것”이라는 막연한 관측에서 비핵화 조치에 따른 ‘경제적 보상’을 제시하며 적극적인 대북 유인 제스처를 취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북한은 최근 단거리 발사체 발사 도발을 거듭 감행하고 있다. 북한의 무력 시위 수위가 더 올라가기 전에 협상을 재개해야 한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조급한 속내도 깔려 있다는 관측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에도 1,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밝은 미래”를 언급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지난 2월 8일,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날짜와 장소를 공개하며 “북한은 (이전과) 완전히 다른 경제 발전 로켓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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