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관들 고대서 서류가방 3개분량 문서 챙겨… 노환중 의혹 부산시청도 뒤숭숭
27일 전국이 어수선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과 관련된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검찰이 말 그대로 전국적으로,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벌여서다. 특히 딸 장학금 관련 의혹이 제기된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대해서는 무려 10시간반에 걸쳐, 논문 의혹에 대해서는 공주대ㆍ단국대 등을 8시간에 걸쳐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고형곤)가 내보낸 수사관들은 이날 오전부터 전국 여러 대학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부산대 의전원과 부산의료원에다 단국대, 공주대는 물론, 서울대 환경대학원과 장학복지과, 고려대 인재발굴처(입학처) 등에도 수사인력을 파견했다.
수사관들은 고려대에서 서류가방 3개 분량의 문서들을 챙겨나갔다.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선 박스 없이 간소한 서류 봉투 하나만 들고나왔지만, 곧이어 서울대 연구공원 본관에 위치한 총동창회 산하 장학재단 ‘관악회’에 대해서는 2시간여의 압수수색을 이어갔다. 조 후보자 딸의 입학과 장학금 지급, 논문 발표 관련 자료들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조 후보자 딸 장학금 의혹은 재학생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28일로 예정된 서울대 관악회 장학금 수여식이 잠정 취소됐다. 장학금 지급 문제가 논란이 되자 조 후보자의 딸이 받은 것과 같은 특지 장학금을 주기로 한 기부자들이 수여식 참석을 꺼려하면서 벌어진 일로 알려졌다.
아직 방학 중이라 캠퍼스에 사람은 적었지만 학생과 학교 관계자들은 오전부터 찾아온 수사관과 취재진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석사 과정을 졸업한다는 대학원생 A(29)씨는 “석사 기간 동안 논문 하나 제대로 써보려 노력했는데도 제대로 되지 않았기에 이번 논란을 보며 분노가 치밀었다”며 “생각보다 빠른 압수수색에 놀랐지만, 다만 이런 빠른 행동이 쇼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비슷한 시간 인재발굴처 압수수색이 시작됐던 고려대에서 만난 재학생 정모(27)씨는 “경영관에서 공부하다 뉴스를 보고 호기심에 찾아왔다”며 “조 후보자 딸과 관련한 의혹들이 수없이 쏟아지고 있는데 압수수색이 이런 의혹들을 투명하게 검증하는 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압수수색 대상이 된 학교 관계자들은 외부 접촉을 자제하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장학복지과 등 관계자들은 굳게 입을 다문 채 말을 아꼈고, 고려대 인재발굴처 사무실은 종일 전화가 닿지 않았다. 고려대 관계자는 “조 후보자 딸이 입학할 때 제출한 단국대 논문에 중대 결함이 있다는 공식발표가 이뤄지면 학교 차원에서 입학 취소 등 관련 논의가 있지 않겠느냐”는 말만 되풀이했다.
부산시청도 뒤숭숭했다. 이날 오전 8시 30분쯤 시청에 나타난 검찰 수사관들은 부산의료원장 임명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건강정책과 등 부서 2곳을 대상으로 2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압수수색했다. 노환중 부산의료원장 임명 관련 심사위원회 구성과 회의록, 후보자별 심사과정과 점수 등의 내용이 담긴 서류 등의 자료를 확보했다. 부산시청 관계자는 "안 그래도 부산의료원장 관련 의혹 때문에 어수선한 데 갑자기 검찰 수사관들이 나타나 놀랐고, 압수수색까지 받아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외에도 조 후보자 가족들이 투자한 사모펀드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와 이 회사가 지분을 매입한 뒤 수익률이 급상승한 W본사 등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시켰다. 조 후보자가 과거 이사로 재직한 경남 창원시 웅동학원은 5시간반 동안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한편 이날 오전 압수수색 소식과 함께 조 후보자가 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았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조 후보자가 사는 서울 방배동 아파트 앞에 취재진이 몰렸다. 이 과정에서 건물에 다가서려는 취재진과 관리인의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일부 주민들은 ‘왜 도망다니느냐’며 관리인에 항의를 하기도 했다. 압수수색 소식에 자택에 머물렀던 조 후보자는 오후에 사무실로 향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부산=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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