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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두환씨도 더 늦기 전에 5ㆍ18 피해자들 앞에서 무릎 꿇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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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두환씨도 더 늦기 전에 5ㆍ18 피해자들 앞에서 무릎 꿇어야

입력
2019.08.28 04:40
수정
2019.08.28 10:3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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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재헌 씨가 지난 23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윤상원 열사 묘소 앞에서 무릎 꿇고 헌화하고 있다. 국립5·18민주묘지사무소 제공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재헌 씨가 지난 23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윤상원 열사 묘소 앞에서 무릎 꿇고 헌화하고 있다. 국립5·18민주묘지사무소 제공

12ㆍ12 군사쿠데타 주역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씨가 23일 광주 국립 5ㆍ18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노씨는 5ㆍ18 당시 시민군 대변인이었던 윤상원, 전남대 총학생회장 박관현, 당시 초등 4학년이던 전재수씨의 묘역을 찾았고, 추모관과 유영보관소도 다녀갔다. 노씨는 5ㆍ18 묘지에 참배하고 싶다는 노 전 대통령을 대신한 것이라며 방명록에 ‘진심으로 희생자와 유족분들께 사죄드리며 광주 5ㆍ18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가슴 깊이 새기겠습니다’라는 글도 남겼다.

노 전 대통령은 12ㆍ12 당시 9사단 병력을 동원, 전두환 전 대통령이 주도한 정승화 육군참모총장 체포 등에 결정적으로 기여했고 광주민주화운동의 배경이었던 전국 비상계엄 실시도 주도했다. 퇴임 이후 “중국 문화대혁명에 비하면 광주사태는 별것 아니다” “광주사태는 유언비어 때문에 일어났다”는 망언으로 지탄도 받았다. 때문에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노 전 대통령을 대신해 아들 재헌씨가 이제라도 참배ㆍ사죄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군사쿠데타 주역이자 5ㆍ18 가해 책임으로 처벌받은 전두환, 노태우 가족 중 이런 참회가 처음이라는 점도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이 참배로 피로 물들여진 현대사의 상처가 아문다거나 지은 죄가 씻길 것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정치권은 이번 참배에 대해 “늦었지만 고맙다” “광주 영령들도 조금이나마 상처를 치유했을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많지만 “참배가 진심 어린 행동이 되려면 피해 당사자를 직접 만나 사죄해야 한다”는 비판도 5ㆍ18 단체들에서 제기된다. 나아가 노 전 대통령은 5ㆍ18의 진상을 낱낱이 고백하고 진상 규명에 협조해야 한다는 주문을 새겨들어야 한다.

참회와 고백이 필요한 당사자는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하고 광주 시민을 짓밟은 전두환씨다. 하지만 전두환씨 부부나 가족은 지금까지 반성은 고사하고 회고록 등을 통해 당시 상황을 왜곡하고 변명하는데 급급하다. 비자금 조성 추징금을 온갖 꼼수로 미루는 것도 2016년 해당 금액을 완납한 노 전 대통령과 대비된다. 전두환씨가 이번 참배를 지켜봤다면, 더 늦기 전에 참회하는 마음으로 5ㆍ18 피해자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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