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협상은 힘들기만 하고 성과는 없는 일”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미국 측 실무협상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차기 국무부 부장관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때 주(駐)러시아 대사로 갈 것이란 관측에 휩싸였던 비건 대표는 교착 국면을 맞은 북핵 협상에 대한 피로감 또한 호소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폴리티코는 “인선 초기 단계이지만 국무부 ‘넘버 2(부장관)’자리에 비건 대표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존 설리반 현 부장관이 오는 10월 공석이 되는 주러 대사로 가고, 설리반의 빈자리에 비건 대표가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CNN은 지난 14일 미국 정부가 비건 대표를 주러 대사로 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21일 방한한 비건 대표는 “나는 러시아 대사로 가지 않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30일 판문점 회동 뒤 북한과 실무협상을 재개하라는 과제를 내게 줬고, 나와 내 팀은 이를 위해 전념할 것”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반면 폴리티코는 비건 대표가 최근 주변 사람들에게 “(대북특별대표 역할은) 힘들기만 하고 성과가 없는 일(thankless job)”이라 말했다고 세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비건 대표와 친한 미 공화당 내 외교정책 관계자는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만 만나려 하고, 비건 대표와는 만나지 않고 있다”라며 “(비건 대표에게) 매우 답답한(pretty frustrating)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하고만 대화하려 하니, 정작 진짜 협상은 열리지 못하고 있다”라며 “대북협상은 (이제) 희망이 없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 판문점 회동 이후에도 북미 간 실무 협상이 열리지 못하자, 이에 대한 답답함을 호소했다는 것이다.
다만 비건 대표가 국무부 부장관 자리에 갈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들어 북미대화 재개 의지를 자주 표명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비건 대표가 협상 대표 자리에서 빠질 경우 북미 대화 재개 동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비건 대표가 국무부 부장관으로 자리를 옮길 경우 내년 캔자스주(州)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보이는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을 대신해 장관 대행 역할을 맡게 될 개연성이 크다고 폴리티코는 관측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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