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응 보며 추가 보복 결정할 듯… 아베 G7서 "한국, 국가간 약속 지켜야"
일본 정부는 28일 오전 0시부터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시행에 들어간다. 한국 측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결정으로 한일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일본 측이 시행 직후 당장 맞불을 놓기 보다 한국 측 대응을 지켜보면서 개별허가 품목 추가 지정 등 보복 확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7일 정례브리핑에서 “내일부터 시행되는 수출무역관리령은 어디까지나 한국의 수출 관리 제도와 운용의 불충분한 점 등을 고려해 일본의 수출관리를 적절히 실시하기 위한 운용의 재검토”라며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를 기정사실화했다.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장관도 “한일 관계에 영향을 주겠다는 의도가 없으며 대항조치도 아니다”라며 “지금까지처럼 엄숙하게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두 장관은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를 원상회복할 경우 지소미아 종료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언급에 대해선 “양자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장관도 별도 회견에서 “지소미아와 수출관리는 전혀 차원이 다르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가 관계 개선의 가능성을 밝히며 내민 손을 거부한 것이다.
일본의 조치가 28일 시행됨에 따라 한국은 그룹 A(화이트리스트)에서 그룹 B로 편성되고 그간 적용돼 온 우대혜택들을 적용받지 못한다. 전략물자는 일반포괄허가(3년 유효)에서 수출기업이 제대로 수출관리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사전 인증이 필요한 특별일반포괄허가 대상이 된다. 전략물자 이외의 품목은 캐치올(상황허가) 규제의 적용을 받는다. 이에 일본 정부가 군사 전용 우려를 이유로 개별허가 대상으로 전환할 수 있다.
도쿄의 외교소식통은 “일본 측은 조치 시행과 동시에 개별허가 품목을 추가 지정하면서 갈등을 고조시킬 가능성은 크지 않다”라며 “조치 시행만으로 한국 기업들에 주는 불확실성은 커지기 때문에 압박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당분간 한국 대응을 지켜보면서 추가 보복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한일 갈등이 안보분야까지 번지면서 일본 내에 대화를 촉구하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고, 규슈(九州)와 홋카이도(北海道) 등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는 등 지방경제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또 10월 소비세 증세(8%→10%)에 앞서 국내소비 둔화 전망과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엔화 강세 등 한일관계 악화 외에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일본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들이 산재해 있다. 위상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을 감내하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섣불리 상황을 악화시키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일본의 추가 보복과 관련해 “당장은 맞대응으로 비칠 수 있어 11월 23일 지소미아 종료 이후 연내에 실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 내에서 일본 기업의 압류자산 매각 결정이 임박할 경우엔 수출규제 외에 △관세 인상 △송금 규제 △비자 발급 기준 강화 등 검토해 온 보복 조치들을 꺼낼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전날(현지시간) 프랑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한일관계에 대한 질문에 “한국 측이 한일 청구권 협정 위반을 방치하고 있다”며 “우선 국가와 국가의 약속을 지키도록 요구해 가겠다”고 말했다. 경제보복의 발단이 된 징용문제와 관련해 한국 측의 해결책 제시를 요구한 것이다.
다만 한국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아베 정권과 가까운 극우성향의 산케이(産經)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독도방어훈련 등을 거론하고 “한국에 대해 제재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계열사인 후지뉴스네트워크(FNN)는 ‘단독(獨自) 보도’라며 “미 국무부 고위 관계자가 한국의 독도방어훈련에 대해 ‘시점, 메시지, 확대된 규모를 감안하면 문제 해결에 생산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미 국무부의 공식 입장은 나오지 않았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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