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 다문 입과 가느다란 눈매가 다소 새침해보이는 배우 김고은은 알고 보면 털털함의 끝판왕이다. 대사를 읊을 땐 중저음의 목소리지만, 노래를 부를 땐 한없이 청아하다.
여리여리해 보이지만 씩씩하고, 시크한 표정 뒤에 장난꾸러기의 미소를 품고 있다. 그야말로 '반전 매력'으로 똘똘 뭉친 사람. 때묻지 않은 성격이 이름처럼 '고운 사람'이다.
최근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개봉을 앞두고 기자와 만난 김고은은 "요즘엔 어떤 고민이 있나"라는 질문에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라고 답했다.
"어릴 때부터 많이 생각해온 건데, 내 행복의 기준이 바뀌는 거 같아요. 전에는 나에 대한 의심이 많았어요. 그것을 덜 해 보려고 하고 있죠. 어떤 때는 '내가 이렇게 소소한 것에 행복을 느끼는 게 맞는 건가' 하는 생각도 했어요.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그게 가장 큰 행복인 거 같아서 그것을 즐기려고 일도 열심히 하고 있답니다."
그렇다면 김고은의 '소소한 행복'이란 뭘까.
"일을 안 할 때는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맛있는 거 먹을 때가 행복해요. 하하. 술 한잔 기울일 때도 행복하고요. 좋아하는 공간에 가 있는 것도 행복하죠. 너무 평범한가요?"
때때로 김고은이 친구나 동료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목격한 적이 있다는 기자의 말에 김고은은 "어머, 왜 아는 척을 안 하셨어요?"라며 눈을 동그랗게 뜬다. 데뷔작 '은교' 개봉 당시 인터뷰로 만났던 김고은을 떠올려 보면, 확실히 여유로워진 모습이다.
오랜 기간 지켜본 김고은은 참 소탈한 사람이다. 연기에 대한 욕심도 많지만, 음악을 사랑하고,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을 챙길 줄 아는, 한마디로 인간미가 있는 배우다.
그의 평소 모습은 어떻냐고? 화장기가 없는 얼굴에 청바지에 티셔츠, 운동화면 끝이다.
"하하. 제가 평상시엔 옷에 신경 쓰거나 그러지는 않아요. 3분이면 외출 준비를 하거든요. 아무거나 주워서 입고 나가는 편이고, 신발도 조리 아니면 운동화를 신는데 주로 신는 것만 신어요. 그런데 그 안에서 느낌들은 있죠. (웃음) 추레하게 입지만 넘어가지 않는 경계가 있습니다. 준비가 길어지는 걸 안 좋아해서 바지도 서너개 중에 돌아가면서 그냥 입거든요."
평소 정리정돈을 잘 못한다면서 크게 웃는 김고은과 자연스레 일상적인 대화를 이어갔다. 그는 '맛집'을 좋아한다면서도 맛에 까다로운 편은 아니라고 털어놨다.
"사실 전 맛 없다고 느끼는 곳이 별로 없기는 해요. (웃음) 제가 맛없다고 하면 진짜 맛이 없는 거에요! 예를 들어 김치찌개를 시켰는데 그 맛이 안 나면 맛이 없는 거죠. 하지만 웬만하면 맛있게 먹어요. 그런데 그 중에서도 손에 꼽는 맛집들이 있어요. 너무 맛있어서 인상 써지는 곳 있잖아요. 먹자마자 인상을 쓰게 되면 그곳은 기억을 하죠. '뭐야 이거?' 하는 맛있음의 표현이죠. 하하하."
개봉을 앞둔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에서 김고은은 미수 역을 맡았다. 캐릭터 구축을 위해 가장 염두에 둔 부분을 뭐였을까.
"시나리오상에서 보여지는 미수의 대사들이나 이런 걸 봤을 때 '차분한 친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의 기운이 변하는 게 있잖아요. 그런 부분들을 표현하려고 신경 썼고요. 이번 영화에서 특별히 조심스럽게 접근한 건, 무언가 표현을 하고 싶어도 더 많이 생각을 하고 줄여나갔던 부분이 있어요. 내가 생각하는 미수와 밀접해지고 싶은데 과해질까봐서요. 좀 더 일상의 인물로 보이고 싶었죠."
끝으로 김고은이 예비 관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
"우리 영화는 남녀의 사랑 얘기도 있지만, 두 청춘의 내면의 고민과 그런 시기들을 이겨내는 모습이 우리들의 모습과 닮아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영화 자체에 부담스러운 감정이나 내용들이 없어요. 여름에 다이내믹하고 이런 영화도 좋겠지만, 좀 쉬어가는 느낌의 영화라고 생각을 하시고 마음 편하게 오시면 기분 좋은 위로를 받고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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