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규모와 무관한 엄정한 법 적용 강조
IT 플랫폼기업 정보독과점 적극 규제 방침도
“공정거래위원회는 심판자다. 심판은 스타플레이어(대기업)가 잘못하든 무명의 선수(중소ㆍ중견기업)가 잘못하든 규율해야 한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내정 이후 처음 기자들과 만나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엄격한 법 집행을 하겠다는 원칙을 밝혔다.
조 후보자는 27일 서울 중구 공정거래조정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법 적용은 기업 규모와 무관하게 엄정히 해야 한다”며 “기업집단의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되지만 그렇다고 반칙 행위 또한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외환위기 당시였던)1997년의 재벌은 문어발식 계열 확장에 따른 동반 부실화로 시스템 리스크를 유발하는 측면이 있었지만 위기를 극복한 지금의 재벌은 과거와 다른 만큼 역점 정책도 과거와 달라질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조 후보자는 취임 후 중점적으로 추진할 대기업 관련 정책으로 일감몰아주기 해소를 꼽았다. 그는 “우리나라 기업집단은 총수 일가가 소수의 지분으로 지배력을 행사하고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관행이 남아있다”며 “이런 관행은 중소기업의 성장 기회를 박탈하는 것과 동시에 자원의 비효율적 사용으로 이어져 대기업 자신에게도 결국 손해가 된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는 정보통신기술(ICT)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 행위 개선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플랫폼 기업이 정보를 독과점하며 시장 지위를 남용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개별 사건의 조사ㆍ제재에 그치지 않고 시장의 구조적 개선을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경기 활성화 요구에 밀려 공정경제 정책이 후퇴하고 있다는 시각에는 “공정위는 시장의 심판장으로서 어떤 경우에도 룰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본 수출규제, 미중 무역분쟁으로 경영상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기업이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공정위가 일감몰아주기 규제 예외 요건 중 ‘긴급성’이 어떤 의미인지를 명확히 제시하는 걸 사례로 들었다.
전임자인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는 이른바 ‘아바타’ 논란에 대해서는 “정책을 보고 판단해 달라”며 일축했다. 조직 운영 경험이 없다는 지적에는 “학자로 살아왔지만 학회 회장, 정부 위원회의 민간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리더십은 갖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는 “공직을 마치면 학교에 돌아갈 것”이라며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서의 활동이 경영학 교수로서 학생들에게 현실 경제를 가르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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