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종학 교수 “사퇴 근거는 제대로 제시 못 해…감점 대목”
“특혜받은 서울대생 겸손해야…조국 말고 제도에 분노하라”

서울대 교수가 촛불집회를 주관하겠다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선 총학생회의 입장문에 총점 ‘C+’를 매기며 비판했다. 이 교수는 “사퇴를 요구하는 것이 이 입장문의 핵심 주장이지만 사퇴해야 하는 근거는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27일 오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그들이 원하지 않겠지만 평가해 본다. 자료조사, 논리성, 설득력, 창의성, 완성도 등을 보니 좋은 점수는 못 주겠다”며 입장문 문단마다 첨언을 남겼다.
먼저 우 교수는 총학이 말하는 ‘서울대 구성원의 대표성’을 문제 삼았다. 그는 “서울대 구성원은 학생, 교수, 직원인데 동문도 포함할 수 있어 대표성의 근거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서울대 학생이 몇 명 모였는지 모르겠지만 이 (23일 열린) 집회는 서울대 학부생 대표성도 떨어지니 ‘일부’ 구성원이라 해야 정확한 표현”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조 후보자의 각종 의혹에 대한 대학생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는 대목에서는 “분노의 원인이 단지 다수의 의혹 때문이라 제시하면 글의 핵심 논지 설득력이 떨어지고 반대로 감정적 대응이라는 생각을 들게 하기 때문에 자폭이 된다”며 “더군다나 이미 해소된 의혹도 포함돼 있어 감점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퇴 촉구는 총학이 보수화ㆍ우경화 됐기 때문이 아니다’, ‘동문 다수가 후보자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는 지점에 대해서는 “입증할 논리는 제시하지 않았다”, “찬반 양쪽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므로 논리적 비약이다”라고 반박했다. 또 장학금 관련 대목에서는 “유급한 학생에게 열심히 하라고 주는 장학금인데 사실관계 파악과 자료 조사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밤낮없이 실험과 연구하는 학생들은 학부생이 아닌 대학원생인데 대학원 총학생회는 왜 아무 말이 없는지, 혹은 연대하고 있는 건지, 더 심하게 분노해야 할 대학생들의 의견은 어떤지 전혀 언급이 없다”, “조 후보자는 소명하겠다고 청문회를 시켜달라는 상황인데 답변을 거부한다는 것은 사실관계에 맞지 않게 읽힌다” 등의 지적을 이어갔다.
우 교수는 총평으로 “이 입장문의 가장 큰 논리적 약점은 의혹이 사실이 아닐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사퇴를 요구했다는 점”이라며 “의혹이 많으면 진상을 밝히라 주장하는 것이 합리적인데 이 논리적 약점을 피하기 위해 조 후보자가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관계 왜곡이라 생각하는 독자들이 많겠다”고 짚었다.
그는 “서울대 학생과 동문은 대한민국에서 그 누구보다 가장 특혜를 받은 사람들”이라며 “불법이나 편법으로 입학하지 않았다고 쳐도 수시합격을 위해 부모가 인맥과 정보력, 재력을 총동원해 총력전을 펼치며 수년간 입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던 일들이 하나하나 파헤쳐진다면 각종 의혹에서 자유로울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 덧붙였다.
그러면서 “자기실력으로 서울대에 왔다는 떳떳함보다는 알게 모르게 누군가의 기회를 내가 대신 받았을 수 있다는 사실에 겸손해야 한다”며 “여러분이 느끼는 부조리에 대한 분노는 의혹만 있는 조 후보자를 향할 것이 아니라 어쩌면 여러분을 오늘 이 자리에 있게 만든, 어쩌면 여러분이 알게 모르게 악용한 입시제도의 부조리를 향해야 한다. 비록 여러분이 그 입시제도의 혜택을 누린 원죄를 지고 있더라도”라고 강조했다.
우 교수는 지난 21일에도 조 후보자 딸이 고교 시절 의학 논문에 제1저자로 등재됐다는 사실이 알려져 특혜 논란이 일자 “다른 저자가 제1저자가 돼야 하는데 불이익을 주고 제1저자를 줬다면 윤리적 책임이 있지만 기여도 평가를 공정하게 했는가를 외부에서 판단하긴 쉽지 않다”며 “이 논문이 정말 문제가 된다면 결국 지도교수의 책임이고 조 후보자의 책임을 묻기엔 근거가 약하다”고 의견을 낸 바 있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