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농업기술원 2021년까지 상주로… 토양특성변화 등 연구 흙 이전 주목
대구에 있는 경북도농업기술원이 경북 상주시 사벌면 일대로 이전을 추진 중인 가운데 ‘흙’ 이송 작전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50년간 흙 연구의 정화가 녹아 있는 결정체로, 억만금을 주더라도 구입하거나 대체하기 어려운 탓이다.
3일 경북도 농업기술원에 따르면 기술원은 2021년 말까지 상주시 사벌면 삼덕ㆍ화달리 일원으로 이전한다. 3,000억 원을 들여 100만㎡에 지원ㆍ연구ㆍ교육시설과 시험 포장, 부대시설 등을 건축한다. 경북농업기술원은 1908년 권업모범장 대구출장소로 출범, 1972년 당시 경북 칠곡군이던 현재 자리에 터를 잡았다. 1981년 대구시로 편입된 이후에도 자리를 지키다 거의 50년만에 상주로 옮기는 셈이다.
기술원 측은 예산 확보에 별 무리가 없어 기한 내 이전은 무난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연구용 흙 이송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다 옮기자니 예산과 기술적 문제가 걸리고 일부만 가져가자니 버려질 흙이 아깝다.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기술원에 있는 연구용 토양 중 이송이 필요한 분량은 200~300톤으로 추산된다. 논 밭 각 330㎡씩이다. 반세기 동안 콩, 수수 등 작물 재배와 작물에 따른 토양연구 결과가 녹아있다. 토양의 상태에 따라 2~3년간 휴지기를 가지는 등 ‘이상적’으로 관리해왔다. 연구연속성을 위해 상주로 가져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제는 예산이다. 일반적인 ‘토사’라면 굴삭기로 덤프트럭에 싣고 가 들이부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곳은 사정이 다르다. ‘연구’를 위해선 표면에서 깊이 1.5m까지는 지층 그대로 가져가야 한다. 위 아래 섞이거나 하면 도루묵이다. 연구용 논밭을 바둑판처럼 나누고, 특수 용기로 흙을 채취한 뒤 무진동 차량에 실어 76㎞나 옮긴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기술원 측은 직경 1m의 실린더로 깊이 1.5m까지 지층을 채취한 뒤 표본으로 가져가거나 흙 전체를 굴삭기로 덤프트럭에 실어 가져가는 2가지 방안을 놓고 검토 중이다. 전자는 토양에 형성된 모세관까지 그대로 옮길 수 있지만 비용 문제로 일부만 가져갈 수밖에 없다.
기술원 관계자는 “산이나 들 자연 그대로 상태의 흙이 10점짜리라면 우리 흙은 퇴비 등으로 잘 가꿔진 100점”이라며 “이전 계획이 구체적으로 정해지면 옮겨야 할 흙의 양이나 이송방법 등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기술원 일각에선 이전 무용론도 나온다. 상주 지역 기후 등 자연환경은 이미 다 파악돼 있어 기존 흙이 없더라도 새로운 연구 진행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새로운 연구용 토양을 조성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입장이다. 또 기존 땅을 옮겨가더라도 원 상태를 100% 유지한다는 보장을 하기 어려운 점도 이 같은 주장의 근거가 되고 있다.
흙이 보물이라는 곽영호 경북농업기술원장은 “비용 등 현실적 어려움과 연구의 연속성 확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선을 방안을 찾고 있다”며 “앞으로 100년을 내다보고 연구원을 이전하는 만큼 미래 농업환경 변화에 대응한 기술 개발과 보급, 글로벌화 등 경북 농업 발전을 위해 기술원이 선봉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