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너지 인수 후 담합 적발
17년 이어 온 손배소송 마무리

현대오일뱅크와 한화그룹간 17년간 소송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서울고법 민사16부(부장 김시철)는 현대오일뱅크가 김승연 회장과 한화케미칼, 한화개발, 동일석유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 2차 파기환송심에서 “한화 측이 현대오일뱅크에 85억여원을 더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현대오일뱅크는 1999년 4월 김 회장 등이 보유한 주식 934만주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한화에너지를 합병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로 합병 전에 한화에너지가 담합에 가담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때문에 현대오일뱅크는 과징금 475억여원, 벌금 2억원에다 손해배상 청구소송까지 줄줄이 돈을 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현대오일뱅크는 합병 계약서에 ‘합병 이전 행정 법규를 위반한 사실로 손해가 발생할 경우 이를 배상한다’던 보증 조항을 근거로 한화 측에다 소송을 냈다.
2심은 현대오일뱅크도 한화에너지의 담합에 가담했으니 합병 이전에 담합행위를 알고 있었다는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합병 계약서를 “현대오일뱅크가 담합행위를 안 것과는 별개로 손해가 발생하면 배상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해석, 파기환송했다. 사건을 돌려받은 서울고법은 대법원 논리를 따르되, 구체적인 손해액 산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배상액을 10억원으로 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담합행위에 따른 손실액 전체를 포함시키라고 다시 사건을 서울고법에 되돌려 보냈다.
이에 따라 이번 재판부는 한화에너지의 담합으로 인해 현대오일뱅크가 부담하게 된 과징금과 손해배상금, 벌금, 소송비용 등 우발채무액 전부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현대오일뱅크도 담합행위를 알았던 만큼 배상금 총액은 청구액 160억여원의 60%인 95억여원으로 정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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