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 가족이 없어 보험 상품에 대한 관심이 낮을 것으로 여겨지는 30, 40대 미혼자들이 실제로는 부모를 피보험자로 한 보험이나 본인 연금보험ㆍ종신보험 가입에 기혼자보다 더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 들어서도 부모를 부양해야 하고 자신의 노후 대비도 직접 해야 하는 이중 부담에 대비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삼성생명 인생금융연구소는 27일 ‘3040 싱글의 보험소비 특성 및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연구소가 지난 1년간 삼성생명을 통해 보험에 가입한 30~49세 고객을 미혼자와 기혼자로 나누어 분석한 결과, 미혼자가 가입한 보험 중 7.8%(1인당 평균 0.15건)가 부모를 피보험자로 설정한 보험(부모 보험)인 반면 기혼자 가입 보험 중 부모 보험 비중은 2.1%(1인당 평균 0.05건)에 그쳤다. 기혼자는 대신 배우자(22.4%)나 자녀(15.2%)를 피보험자로 한 보험 가입이 많았다.
미혼자들이 부모 보험에 가입하는 이유는 주로 부모 부양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다. 부모 보험 가입자로 연구소의 설문조사에 응한 30대 남성은 “부모 간병 문제로 가족이 갈등을 겪는 사례를 주변에서 보고 부모 보험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밝혔고 40대 여성은 “원래 독립해 살았지만 부모의 건강 문제를 계기로 다시 함께 살면서 보험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미혼자가 기혼자에 비해 종신보험 가입 비중이 높은 점도 눈에 띈다. 지난 1년간 미혼자 가입 상품 가운데 종신보험 비중은 12.8%로 기혼자(11.7%)보다 1%포인트 이상 높았다. 일반적으로 종신보험은 본인 사망 후 지급되는 보험금으로 가족 생계를 유지할 목적으로 가입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이례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보험사 관계자는 “현재 미혼자라 하더라도 부모 혹은 향후 형성될 가족을 위해 미리 종신보험에 가입한 셈”이라고 해석했다.
노후를 대비하기 위한 연금보험의 가입 비중도 미혼자(11.7%)가 기혼자(9.2%)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반면 기혼자가 가입한 상품 중엔 실손보험(16.3%)과 어린이보험(9.6%)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컸다.
윤성은 인생금융연구소 연구원은 “3040 미혼자들은 노후 리스크에 혼자 대비해야 된다는 생각이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우리나라에 앞서 고령화와 비혼화가 진행된 일본의 사례를 보면 부모를 홀로 돌봐야 한다는 부담에 대한 미혼자들의 걱정은 기우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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