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학자 서민 교수, 블로그 글로 지원사격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조모(28) 씨가 고교시절 2주간의 인턴십으로 의학논문 제1저자에 등재돼 논란인 가운데, 해당 논문 책임저자인 단국대 의대 장영표 교수의 동료 교수가 이를 두둔하는 글을 게재했다. ‘마테우스’란 필명으로 유명한 칼럼니스트이자 기생충학자인 서민 교수이다.
단국대 의대 서 교수는 지난 22일 자신의 블로그에 ‘조국 딸의 논문을 말하다’란 제목의 글을 올려 “문제의 논문을 쓴 책임저자 장 선생이 우리 학교 교수라서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난 이 논문 사태가 핀트를 잘못 맞추고 있다고 본다”며 “조 후보자와 장 교수보다 이런 입시 관행이 가능하도록 한 정부의 잘못이 더 크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조 씨가 한영외고에 재학했던 2007년 인턴십으로 2주간 연구에 참여하도록 했고, 조 씨를 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해 논란을 불렀다. 조 씨는 논문 등재 내용을 고려대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해 입학에 활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의학계에서는 “전문지식이 없는 고등학생이 2주간의 실험 참여로 확장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E)급 논문 1저자에 등재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하지만 서 교수는 다른 논리를 펼쳤다.
서 교수는 "사이언스, 네이처 등 외국학술지에 실리는 논문이면 모르겠지만 병리학회지에 실린 그 논문은 엄청난 실력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었다"면서 “이미 수집해 놓은 데이터를 이용했고 2, 3일 실험을 하면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 “논문저자에 학생이 들어가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하지만, 저자는 일을 하면 들어가는 것이지 어떤 특별한 자격이 필요 없다"며 "잠깐 현미경을 봐줬거나, 장비를 쓰게 해 줬다 같은 이유만으로도 공저자가 되는 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자신도 연구에 참여한 고교생을 논문 제1저자로 등재해 교육부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도 밝혔다. 서 교수는 "한때 난 고교생의 실험참여를 돕는 걸 교수의 의무라고 생각했었고, 덕분에 지금 두 편의 논문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며 "물론 내가 90%를 했지만 그 학생과 나 둘이서 모든 연구를 다 한 걸 가지고 나를 무슨 적폐처럼 몰아붙이는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다"고 했다.
서 교수는 23일에도 같은 블로그에 ‘조국 딸 논문 두 번째 이야기’란 글을 올려 단국대 내부 시스템에 조 씨가 ‘박사’로 등록된 점을 설명했다. 그는 “논문 등록 시 중요한 사람은 (승진과 호봉승급 등에 반영이 되는) 학교 구성원 장 교수지 다른 사람은 소속이 뭔지, 학위가 뭔지 하등 중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구성원 대부분이 박사라 학위 디폴트(초깃값)가 박사로 돼 있었는데, 귀찮아서 바꾸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나도 그랬다. 내 논문에 저자로 넣었던 고교생도 찾아보니 박사로 돼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고교생이 대학교수 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극히 일부만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서 교수의 설명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서 교수도 블로그 글 앞쪽에 “조국이 물러나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지만 제 전문분야, 그것도 제가 속한 대학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선 나름의 진실을 전해 드려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글을 올린 이유를 밝혔다.
블로그 독자들은 논문 제1저자 등재에 대한 서 교수의 해명이 진영논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서 교수는 지난 20일 한 매체의 칼럼에서 “조국이 법무 장관이 될까 두렵다. 내로남불, 즉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대세가 된다”고 꼬집었다. 201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 방중기간 중 중국 측 경호원들에게 폭행당한 한국 기자들을 비난하는 이들을 겨냥해 “문빠, 너희들은 환자야. 치료가 필요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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