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심리지수가 넉 달 연속 하락하며 2년 7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소비자의 물가상승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2002년 조사 개시 이래 가장 낮아졌다. 모두 민간소비 활력이 떨어지고 있음을 우려하게 만드는 지표다. 수출에 이어 내수마저 본격적인 침체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8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보다 3.4포인트 하락한 92.5를 기록했다. 지난 4월(101.6) 이래 4개월 연속 하락세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이었던 2017년 1월(92.4)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CCSI는 100을 밑돌수록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소비자가 낙관적으로 보는 이보다 많다는 의미다.
CCSI를 구성하는 6개 세부지수가 모두 하락했다.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2개 지수(현재경기판단, 향후경기전망)가 각각 4포인트 급락했고, 가계 재정상황 관련 4개 지수 또한 1~3포인트씩 떨어졌다. 특히 생활형편전망(7월 92→8월 89)과 가계수입전망(96→94) 지수는 각각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과 4월 이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한은 관계자는 “대내외 경제 여건 악화로 경기 및 가계 재정상황에 대한 인식이 악화됐다”며 △일본 수출규제 △미ㆍ중 무역분쟁 △수출 부진 △주가 및 환율 불안 등을 구체적 요인으로 거론했다.
CCSI 비구성 지수도 대부분 하락 또는 보합을 기록했다. 한국과 미국 중앙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 움직임으로 금리수준전망 지수가 9포인트 하락했고, 현재가계저축(-4포인트)과 취업기회전망(-3포인트) 지수도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떨어졌다. 반면 주택가격전망(106→107) 지수는 유일하게 상승하며 5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한편으로 물가가 이전보다 덜 오른다는 인식은 강화됐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최근 1년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뜻하는 물가인식 지수는 전월(2.2%)보다 0.1%포인트 떨어진 2.1%로 집계됐다. 해당 통계가 편제된 2013년 1월 이래 최저치다. 또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의미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 또한 같은 기간 2.1%에서 2.0%로 하락, 2002년 2월 통계 편제 이래 가장 낮아졌다.
기대인플레이션율 하락은 물가가 떨어지길 기다리며 소비를 늦추는 이른바 ‘디플레이션 심리’를 부추길 수 있다. 수출ㆍ투자 감소 와중에 그나마 성장세를 뒷받침하던 민간소비마저 가라앉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올해 2분기 순수출(성장 기여도 -0.1%포인트), 민간투자(-0.5%포인트)는 성장률을 깎아내린 반면, 민간소비는 성장률을 0.3%포인트 끌어올리며 2분기 전체 1.1% 성장에 기여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