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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마음에도 ‘스무고개’가 필요합니다

입력
2019.08.28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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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방법으로 우리의 마음을 짚어 볼 수 있을까요. 심리검사도 좋지만 가벼운 일상 속 문제라면 스스로 연습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어린 시절 놀이였던 ‘스무고개’를 스스로에게 해 보는 연습을 통해서 말이죠. 자신에게 천천히 스무 번의 질문을 해 나가보는 것이지요. 스무고개 놀이처럼 점점 범위를 좁히며 내 마음의 문제를 좁혀나간 뒤, 그에 맞는 세러피를 찾는다면 명중률은 훨씬 높아지지 않을까요. ©게티이미지뱅크
어떤 방법으로 우리의 마음을 짚어 볼 수 있을까요. 심리검사도 좋지만 가벼운 일상 속 문제라면 스스로 연습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어린 시절 놀이였던 ‘스무고개’를 스스로에게 해 보는 연습을 통해서 말이죠. 자신에게 천천히 스무 번의 질문을 해 나가보는 것이지요. 스무고개 놀이처럼 점점 범위를 좁히며 내 마음의 문제를 좁혀나간 뒤, 그에 맞는 세러피를 찾는다면 명중률은 훨씬 높아지지 않을까요. ©게티이미지뱅크

여러분은 마음이 힘들 때 어떻게 행동하시나요? ‘에라 모르겠다, 일단 잘래!’하며 침대로 직행하시는 분도 계실 테고, ‘아니 잠깐만, 뭐라고?’라며 일단 화를 내는 분도 계실 테고, 자연의 소리 음원을 틀어놓고 최선을 다해 평정심을 유지하려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도 매일 쌓여가는 문제들에 도무지 역부족일 때, 우리는 생각합니다. ‘뭐 좋은 방법 없나?’

그 좋은 방법 중 대표적인 게 ‘컬러링북’일 겁니다. ‘어른용 색칠공부’라 불렸던 도서 장르지요. 2010년대 중반에는 한해 동안 무려 국내에서 40만 부, 미국에서는 1,400만 부가 팔릴 정도로 대 인기였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다수가 꼽은 두 가지는 ‘잡생각 없이 오롯이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어서’와, ‘완성된 그림을 보면 무의미한 일상 속에서 소소한 성취를 하나 해낸 기분’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실제로 명상에서의 마음 챙김(mindfulness, 현재 순간을 있는 그대로 수용한다는 개념)과 유사한 효과성을 가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했고요. 하지만 좋다길래 샀더니 효과가 없더라는 말을 하는 분들도 꽤 많았습니다. 컬러링북 효과가 부풀려진 걸까요. 문제가 있었을까요. 그렇진 않을 겁니다. 그분이 겪는 문제에는 컬러링북이 딱 맞는 세러피(therapy)가 아니었던 것이지요.

아마 드라마 허준 이후 일어났던 매실 품절 대란을 기억하실 겁니다. 지금도 비슷한 현상을 자주 볼 수 있지요. 노니가 그랬고, 연자육이 그랬습니다. 하지만 몸 건강과 달리, 마음의 문제는 ‘이게 대세!’라는 추천이 쉽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사람의 성격은 체질 이상으로 다양해서? 물론 그것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몸 건강에 비해 마음 건강은 ‘대분류’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도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몸 건강에 비유해 보겠습니다. “나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대” “어머, 그래요? 그럼 연자육 드셔봐요. 그게 그렇게 좋대.” 익숙한 풍경이지요. 콜레스테롤 문제라는 최소한의 분류가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의 경우는 어떨까요. “나 요즘 너무 스트레스가 많아.” “나 요즘 컬러링북 하는데 그거 정말 좋아. 언니 한번 해봐요.” 이 대화를 몸 건강으로 치환하면 어떤 느낌일까요. “나 요즘 배가 자주 아파“ 정도의 두루뭉술함은 아닐까요.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우리의 마음을 짚어 볼 수 있을까요. 심리검사도 좋지만 가벼운 일상 속 문제라면 스스로 연습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어린 시절 놀이였던 ‘스무고개’를 스스로에게 해 보는 연습을 통해서 말이죠. 가장 첫 번째 질문은 ‘내 마음의 문제가 감정만 다스리면 되는 종류인지, 이사, 직업 등 실질적 문제가 해결되어야 같이 풀릴 종류인지’부터 구분해보는 겁니다. 그리고 감정이라면 희로애락 중 어느 것이 가장 큰지, 실질적 문제라면 장애 요소는 무엇인지. 자신에게 천천히 스무 번의 질문을 해 나가보는 것이지요. 혼자서 어렵다면, 라이팅 북(writing book) 등을 활용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이렇게 스무고개 놀이처럼 점점 범위를 좁히며 내 마음의 문제를 좁혀나간 뒤, 그에 맞는 세러피를 찾는다면 명중률은 훨씬 높아지지 않을까요.

아이들의 ‘왜요?’ 일곱 번이면 학문 진리를 파고들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공룡은 왜 직접 못 봐요?” “멸망해서 그래.” “왜 멸망했어요?” “화석이 꽝 하고 지구에 부딪혀서 그랬대.” “화석은 왜 꽝 했어요?” 이렇게 “왜요?” 세례가 이어지다 보면 천체물리학의 원리까지 접근하고 만다는 것이죠. 스무고개를 하며 놀았던 어린 시절처럼, 호기심 많은 아이가 되어보는 겁니다. 도무지 모르겠던 내 마음속 비밀의 문이 의외로 쉽게 열릴지 모릅니다.

장재열 청춘상담소 좀놀아본언니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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