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재헌(54)씨가 국립 5ㆍ18민주묘지를 참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6일 국립 5ㆍ18민주묘지 관리소에 따르면 재헌씨는 지난 23일 오전 11시께 광주 북구 운정동 묘지를 찾아 1시간가량 참배했다. 재헌씨는 당일 오전 9시쯤 전화로 묘지관리사무소 측에 묘지 참배 의사를 알렸으며 수행원으로 추정되는 일행 4명이 동행했다. 재헌 씨는 묘지 들머리인 민주의 문에서 방명록을 작성하고 참배단으로 이동해 헌화와 분향을 했다. 방명록에는 ‘삼가 옷깃을 여미며 5ㆍ18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분들의 영령의 명복을 빕니다. 진심으로 희생자와 유족분들께 사죄 드리며 광주 5ㆍ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가슴 깊이 새기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재헌씨는 이어 참배단으로 이동해 헌화와 분향을 한 뒤 묘지를 둘러봤다. 재헌씨 일행은 추모탑 뒤편 윤상원ㆍ박관현 열사 등이 잠든 묘지 앞에서 무릎을 꿇고 희생자를 기렸다. 재헌씨는 참배를 마친 후 추모관과 유영보관소 등 5ㆍ18민주묘지 내 추모 시설을 둘러봤다. 재헌 씨는 1997년 5ㆍ18민주묘지가 조성되기 전 항쟁 희생자가 안장됐던 망월동 옛 묘역도 들른 것으로 전해졌다. ‘5ㆍ18 피고인’으로 처벌받은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의 직계가족 가운데 광주를 찾아 오월 영령에게 사죄한 이는 재헌 씨가 처음이다. 노 전 대통령은 현재 외부 활동은 거의 하지 않고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주로 시간을 보낸다. 오랜 투병 생활을 했고 고령으로 인한 노화도 있지만, 건강에 특별한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헌씨의 5ㆍ18묘지 참배를 두고 일각에선 “용기 있는 행동”이라는 반응과 함께 “노 전 대통령이나 재헌씨가 5ㆍ18 유족들을 직접 찾아 용서를 구하지 않아 의미가 반감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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