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없는 수렁”… 비관론 확산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날로 격화되면서 26일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급락했다. 국내 코스닥지수는 4% 이상 급락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64% 내린 1,916.31에 장을 마치며 3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시가총액 상위 50개 상장사 가운데 6곳을 뺀 모두가 주가가 하락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28% 급락한 582.91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5일(-7.46%)에 이어 이달 들어 두번째 큰 낙폭이다. 이영곤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스피는 이미 조정을 많이 받은 탓에 상대적으로 낙폭이 덜했지만, 코스닥은 수요ㆍ공급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매도에 나서면서 하락폭이 컸다”고 분석했다. 이날 코스닥 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136억원, 920억원을 순매도했다.
주요국 증시도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날 일본 니케이지수는 2.17%나 떨어졌다. 중국 상해종합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1.17% 빠졌고, 홍콩 항셍지수는 1.91% 하락했다. 앞서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다우지수는 2.37% 하락했고, S&Pㆍ나스닥 역시 각각 2.59%, 3%나 떨어졌다. 같은 날 범유럽지수인 유로 스톡스 50 지수도 1.17% 떨어졌다.
글로벌 증시 동반 추락은 지난 23일 미중 무역전쟁이 출구 없이 더 깊은 수렁에 빠질 것이라는 비관론이 확산되면서 나타났다. 중국이 75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품목 별로 5, 10%씩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포문을 열자, 미국은 보복 조치로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율을 5%씩 추가 인상하겠다고 맞섰다.
같은 날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이 미국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에 거리를 둔 것도 시장에 실망을 안긴 것으로 풀이됐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ㆍ중 무역분쟁 격화와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친 파월 의장 발언의 조합은 미국의 장단기 금리 역전 폭 확대로 이어지며 ‘R(경기침체)의 공포’를 자극할 것”이라면서 “코스피가 1,850선을 지지할 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환율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26일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7.2원 오른 달러당 1,217.8원에 마감했다. 21일까지만 해도 달러당 1,200원선에 근접했다가 22일부터 3거래일 연속 오름세다. 세계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고조되자 안전자산인 금의 가격은 강세를 보였다. 이날 한국거래소 금시장에서 1g당 금값은 전 거래일보다 3.14% 상승한 6만680원에 마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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