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서 9월 2,3일 개최 합의… 사퇴 위기 조국 일주일 시간 벌어
여당 원내지도부 막판 반발… “27일 회의 소집해 최종 결정”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다음달 2, 3일 이틀에 걸쳐 열기로 여야가 26일 의견을 모았다.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하루 넘게 하는 것은 이례적 일로,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처음이다. 다만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법제사법위 차원의 합의여서,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의 추인 절차가 남아 있다. 막판 여당 지도부의 반발로 일정이 최종 확정되기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딸의 입시 특혜 의혹과 가족의 탈법 재산 증식 의혹 등에 휩싸여 자진 사퇴 위기에 몰렸던 조 후보자는 일단 시간을 벌었다. 청문회 이후 민심의 향배가 그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다. 조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직을 수행하는 것이 부적합하다는 쪽에 기울어져 있는 여론이 일주일 사이에 반전될지 주목된다.
법사위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송기헌ㆍ자유한국당 김도읍ㆍ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은 26일 국회에서 만나 조 후보자 청문회를 9월 2, 3일에 실시하는 일정에 합의했다. 한국당은 그간 ‘9월 초에 사흘짜리 청문회를 열자’고 주장하고, 민주당은 ‘법적 시한 안에 하루만 하자’고 맞서 청문회 무산 가능성까지 거론됐었다. 국회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 절차는 9월 2일까지 모두 마무리돼야 한다. 청문회는 사흘까지 열 수 있다. 김 의원은 “인사청문회가 지연될 경우를 감안한 조항이 있는 만큼, 청문회를 3일까지 하는 것이 법 위반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법개혁의 아이콘’인 조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는 ‘조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소명할 기회를 줘야 한다’며 조 후보자를 낙마시킬 가능성을 차단해 왔다. 이에 송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조 후보자가 청문회를 ‘패싱’ 당하고 임명될 경우의 부담을 의식해 강경 입장을 누그러뜨린 것으로 보인다. 송 의원은 한국당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한 배경에 대해 “조 후보자가 직접 국민에게 설명하게 해야 한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간 제기된 의혹들의 근거가 취약하다는 것이 여권 핵심부의 판단이기도 하다. 민주당 지도부는 조 후보자가 여야 인사청문위원들이 아닌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태의 ‘국민 청문회’를 제안했지만, ‘의회주의 훼손’ ‘초법적 발상’ 등의 비판이 무성했다.
조 후보자는 청문회 개최를 환영했다. 그는 법사위 여야 간사들의 일정 합의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내 “국회에서 청문회 일정을 잡아 주셔서 감사 드린다”며 “청문회에서 국민의 대표의 질책을 기꺼이 받고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서는 소상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최종 결정을 미뤘다.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는 “청문회 법정 시한을 준수하지 못하게 된 데 대해 이인영 원내대표가 격노했다”며 “27일 오전 원내대표단 회의를 소집해 최종 조율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늦었지만 청문회 일정이 잡혀서 참 다행”이라면서도 “법정 시한이 지켜지지 않은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했다. 강 수석은 이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9월 3일은 법적으로 청문 일정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며 “보고서 채택 시한인 9월 2일이 지나면 3일부터 13일 사이, 즉 열흘간 언제 청문 재송부를 요청할 지 판단은 대통령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막판 혼선이 빚어진 것은 청와대와 민주당의 여야 협상 실무진이 의사 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청와대나 민주당이 26일 합의를 뒤집는다면,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끝내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아도 문 대통령은 조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할 수 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이주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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