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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파문에… 여론조사업체 간 신뢰도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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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파문에… 여론조사업체 간 신뢰도 공방

입력
2019.08.27 04:40
수정
2019.08.27 09:01
2면
0 0

한국리서치 ‘조국 장관 적합 18%’에 리얼미터 “패널조사 방식 부적절”

한국리서치 “이메일ㆍ메시지 혼용… 패널조사 신뢰성 입증된 방식” 강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인사청문회 준비단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으로 출근해 입장을 밝힌 뒤 엘리베이터에 올라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고영권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인사청문회 준비단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으로 출근해 입장을 밝힌 뒤 엘리베이터에 올라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고영권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 논란이 엉뚱하게 여론조사업체 간 신뢰도 공방으로 튀었다. ‘조 후보자 장관직 수행 적합 답변’이 18%에 그친 한국리서치의 최근 조사를 두고 또 다른 여론조사업체인 리얼미터가 해당 조사 방법이 적절하지 않았다고 비판에 나서면서다. 한국리서치는 이에 대해 “악의적인 왜곡”이라며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논란에 처음 불을 지핀 것은 리얼미터의 권순정 조사분석실장이다. 권 실장은 2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한국리서치의 조 후보자 관련 여론조사를 비판했다. “조사 결과는 논외로 하고, 매우 부적절한 조사 방법”이라는 주장이었다. 한국리서치는 KBS ‘일요진단 라이브’ 의뢰로 전날(25일)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 조사에서 조 후보자를 ‘적합하지 않은 인사’라고 응답한 답변은 48%에 달했고, ‘적합한 인사’라는 응답은 18%, ‘판단 유보’는 34%였다.

여론조사 기관별 주요 조사 방식. 그래픽=김경진기자
여론조사 기관별 주요 조사 방식. 그래픽=김경진기자

권 실장은 이메일 웹조사와 휴대전화 문자발송 조사를 혼용한 한국리서치의 ‘패널조사’ 방식을 문제 삼았다. 패널조사는 동일한 집단을 대상으로 의견의 변화를 추적 조사하는 데 적합한 통계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권 실장은 그러나 “이는 조사업체가 자체적으로 수집한 패널일 가능성이 높다”며 “패널로 가입하지 않은 다른 국민은 원천적으로 배제된다”고 했다. 그는 또 “패널은 성, 연령, 거주지역과 더불어 정치 성향까지도 알 수 있어 일정한 목적에 따라 패널의 개인정보를 임의로 사용해 조사에 활용할 수 있는 위험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사회적으로 영향을 크게 미치는 쟁점 현안이나 정당ㆍ국정지지도, 선거조사에는 패널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국리서치 측은 이 같은 리얼미터의 주장을 즉각 반박했다. 김춘석 한국리서치 본부장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패널조사에 대한 무지 혹은 의도적인 왜곡”이라며 “웹 패널조사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신뢰성이 입증된 방식으로, 국내 다른 조사업체와 언론사에서도 많이 활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패널조사는 2000년대 이후 급속도로 확산됐고, 다른 조사 방식과 비교해도 표본의 대표성 등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한국리서치 측은 또 패널조사의 경우 45만명의 응답자 집단을 꾸려 놓고, 조사마다 각각 다른 패널에게 의견을 묻는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이전에 조 후보자 장관 적합도 조사에 참여했다면 일정 기간 동안에는 비슷한 내용의 조사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또 “(리얼미터 측은) 패널의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 목적에 따라 패널의 개인정보를 임의로 사용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는 신뢰를 기반으로 한 여론조사업체에서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론조사 방법론의 적합성 등에 대한 공개토론도 리얼미터에 제안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위원회 관계자는 “패널조사라 하더라도 표본의 수집 과정과 대표성 등이 기준에 맞는다면 조사 결과 공표가 가능하다”고 했다.

정치 여론조사 신뢰도 논쟁은 국내 여론조사업체가 주로 사용하는 조사 방식이 각각 다른 데서 기인한다. 한국리서치는 휴대폰 문자나 이메일을 활용한 웹 기반 패널조사 방식과 휴대폰, 집 전화조사 방식을 함께 사용하는 반면 리얼미터는 주로 비대면 방식인 자동응답(ARS)와 조사원이 직접 전화하는 전화조사원 인터뷰를 병행한다. 한국갤럽은 휴대폰 85%, 집 전화 15% 비율로 전화조사원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여론조사의 기본은 표본을 어떻게 추출하느냐인데, 이처럼 표본을 뽑는 방식이 다르다 보니 장ㆍ단점도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조사학계에서는 ARS조사보다 응답률이 높은 전화조사원 방식의 신뢰도가 더 높다고 보지만, 전화조사의 경우엔 실제로 사람하고 대면하는 방식이다 보니 심리적 부담을 줘 숨는 유권자, 즉 샤이(shy) 지지층을 찾는 데는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이처럼 조사 기관마다 방법이 다른 것인데 서로 ‘내가 맞다’고 지적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통계학과 교수는 “여론조사의 방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조사 방식이 다른 여론조사 간 신뢰도를 따지는 일은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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