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성빌라 논란 확산… 장관지명 직전 계약서, 4년여 월세 증빙 서류 제출 안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모친인 박정숙(82) 전 웅동학원 이사장이 전 며느리 조모 씨의 빌라에 오랜 기간 거주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를 둘러싼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조 후보자의 동생과 조모 씨가 채무관계 때문에 위장이혼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이어 이번에는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직자의 부모이자 사학법인의 이사장이 더 이상 가족이 아닌 전 며느리의 집에 무상으로 얹혀 살았다면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조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요청서 등에 따르면 박 씨는 2015년 1월부터 현재까지 4년 8개월 동안 조 후보자의 동생인 차남의 전 부인 조모 씨가 소유한 부산 해운대 우성빌라에 거주하고 있다. 조 후보자의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는 2014년 12월 자신 소유 부산 경남선경 아파트의 임차인을 구하면서 전세금 2억7,000만 원을 박 씨에게 건네 집을 구하도록 했다고 한다. 하지만 박 씨는 며느리 정 교수에게 받은 주택 구입자금으로 조모 씨에게 우성빌라를 사 줬다. 제대로 된 위자료도 없이 이혼하게 된 것을 안쓰럽게 여긴 조 후보자 모친이 전 며느리인 조모 씨에게 집을 사 준 것이라는 게 조 후보자 측 설명이다. 이후 박 씨는 별도의 월세계약 없이 전 며느리의 집에 살고 있다.
조모 씨는 우성빌라 논란과 관련해 “(어머님이) 빌라를 네가 사고 나는 그 집에 죽을 때까지 살게만 해 주면 된다고 했다”고 주택 구입 경위를 설명했다. 조모 씨 설명대로라면 박 씨가 조모 씨에게 무상으로 준 집이니 별도의 계약이나 월세 없이 살게 해 줬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빌라 인근 부동산을 수소문해 봐도 박 씨와 조모 씨의 월세계약을 중개했다는 이들은 찾을 수 없었다. 2014년 12월 매매계약서를 쓴 당시 중개인도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당시 월세 계약은 하지 않았고, 관련 내용을 문의한 기억도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박 씨가 법적으로 남남인 조모 씨의 집에 무상으로 살았다면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등이 청탁이나 명목과 무관하게 특정인에게서 연간 300만 원 이상 금품 수취를 금지하면서 이를 어기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무상임대일 경우 부양의무자인 조 후보자가 법률적 타인인 조모 씨에게 주거비 상당액을 받은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청탁금지법상 금품에는 ‘부동산 등의 사용권 등 일체의 재산적 이익’이 포함된다. 조모 씨가 이미 조 후보자의 동생과 이혼한 상태여서 예외 조항인 ‘친족이 제공하는 금품’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복수의 검찰 관계자는 “모친 주거비 해결의 수익자는 당연히 조 후보자”라며 “민정수석 이전 국립대학교 교수 신분의 조 후보자는 물론이고 사학재단의 이사장이던 박 씨도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어서 위법성을 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 측이 우성 빌라에 대한 월세계약서를 장관 지명 직전 부랴부랴 작성해 국회에 제출한 것도 계약 없이 무상임대 했을 것이라는 정황을 뒷받침한다. 지명 10여 일 전인 지난달 28일 작성된 부동산임대차계약서에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뒤바뀌어 적혀 있고 별도의 부동산중개인도 없었다. 그동안 계약서나 월세 없이 생활하다가 청문회 증빙자료를 내야 할 상황이 되자 계약서를 작성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조 후보자 측은 지난 4년여간의 월세 내역을 증명할 서류를 아직 내놓지 못한 상황이다. 조 후보자 측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2017년 8월 고위공직자 재산신고 당시에도 같은 집에 대한 전세권을 신고했다”며 “청문회에서 충분히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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