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아라가야 지배층 생활유적으로 역사적 보존가치 높아”
30일간 예고기간 거친 뒤 최종 결정
경남도는 함안군 가야읍 ‘함안 가야리 유적’이 문화재청 심의를 통과해 국가사적으로 지정예고됐다고 26일 밝혔다.
함안 가야리 유적은 가야시대 지배층 생활유적으로, 남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신음천과 광정천이 합류하는 해발 45∼54m의 작은 구릉에 있다.
그 동안 지표조사만 수 차례 해왔으나 지난해 4월 경작지 조성 중 토성벽 일부가 우연히 발견되면서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가 발굴조사를 실시해 대규모 토목공사로 축조된 토성과 목책, 건물지 등이 확인됐다.
특히 건물지 안에서 쇠화살촉과 작은 칼, 쇠도끼, 비늘갑옷 등이 출토돼 이곳이 군사적 성격의 시설임이 밝혀졌다.
또 유적 잔존상태가 좋은데다 주변 유적과 연계된 경관이 잘 보존돼 고대 가야 중심지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역사적 보존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앞으로 30일간 예고를 거쳐 국가사적 지정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심의에서 사적 지정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현재 발굴구간은 왕궁 등 주요시설을 보호하기 위한 성곽과 군사시설 일부로, 앞으로 연차적인 학술발굴조사와 심화 연구를 통해 아라가야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재조명함으로써 가야사 복원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유적은 조선시대 함안지리지인 함주지(咸州誌ㆍ1587년 편찬) 등 각종 고문헌에 ‘가야국의 옛 도읍터(伽倻國舊基)’ 또는 ‘옛 나라의 터(古國墟, 古國遺址)’로 기록돼 있으며, 남문외(南門外), 대문천(大門川) 등 왕성이나 왕궁 관련 지명이 아직 남아 있어 그 동안 ‘아라가야 왕궁지’로 전해져 온 곳이다.
그 주변으로 아라가야 최대 고분군인 함안 말이산 고분군(사적 제515호)과 남문외 고분군(경상남도 기념물 제226호), 가야 최대 규모의 굴립주건물(掘立柱建物, 기둥을 세워 만든 건물)인 ‘당산유적’ 등 주요 가야유적들이 1㎞ 남짓한 거리에 분포해 가야리 유적을 포함한 가야읍 일대가 아라가야 왕도(王都)였음을 보여준다.
류명현 경남도 문화관광체육국장은 “함안 가야리 유적 국가사적 지정예고는 가야사 연구복원이 국정과제로 채택된 이후 창녕 계성고분군(사적 제547호, 2019년 2월 지정)에 이은 두 번째 쾌거”라며 “경남에는 아직 역사적 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한 가야유산들이 많으므로 이를 철저히 조사ㆍ연구한다면 더 많은 가야유적이 국가사적으로 지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도는 함안 가야리 유적 이외에도 김해 원지리 고분군, 함안 남문외 고분군, 창녕 영산고분군, 합천 삼가고분군, 합천 성산토성 등 주요 도 지정문화재의 국가사적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동렬 기자 d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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