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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필리버스터의 기억(8.28)

입력
2019.08.28 04:40
수정
2019.08.28 15:1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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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의회정치사상 최장 필리버스터로 기록된 미 상원 의원 서먼드의 연설이 1957년 오늘 시작됐다.
근대 의회정치사상 최장 필리버스터로 기록된 미 상원 의원 서먼드의 연설이 1957년 오늘 시작됐다.

1957년 8월 28일 미 상원의원 스트롬 서먼드(Strom Thurmond, 1902~2003)가 인종 분리 차별을 금지하는 시민권법 최종 표결을 앞두고 법안 통과에 반대하는 연설을 시작했다. 민주당이 발의한 법안이었고 서먼드 역시 민주당 소속이었으나, 그의 지역구가 남부 사우스캐롤라이나였고 그는 차별주의자였다.

그의 연설은 저녁 8시54분 시작돼 다음날 밤 9시12분까지, 24시간18분 동안 이어졌다. 세계 의회정치 역사상 가장 긴 필리버스터(Filibuster, 의사진행 방해)란 기록을 지금도 지니고 있는 그 연설에서 그는 미국 독립선언서와 권리장전,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고별연설 등 온갖 사료를 다 낭독했다. 굴 요리 레시피나 자신의 선거구 전화번호부를 읽어대며 시간을 끌곤 하던 다른 이들보다 그는 더 성실했다.

연방 대법원이 공립학교 흑백 분리 교육을 위헌 판결(1954년 브라운 판결)한 지 3년째 되던 해였다. 1875년의 시민권법 바통을 이은 57년 시민권법은 아이젠하워의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흑백 분리 차별 철폐와 흑인 선거권 보장 등이 골자였다.

서먼드는 변호사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를 거쳐 54년 상원의원이 됐다. 앞서 48년 트루먼 당시 민주당 후보의 인종 차별 철폐 공약에 반발해 민주당을 탈당해 남부 민주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주권민주당이란 신생 정당을 창당해 대선 후보로 출마, 남부 4개 주에서 승리한 이력도 있었다. 그는 선거 후 민주당에 재입당해 상원의원이 됐고, 66년 공화당으로 옮겨 2003년 만 100세로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무려 47년간 의정 활동을 했다. 그럼으로써 상ㆍ하원을 통틀어 최고령 현역 의원이라는 기록도 지녔다.

상원은 8월 28일 서먼드의 연설이 끝나자마자 민권법을 표결로 가결했고, 9월 9일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했다. 남부 주들의 다양한 법ㆍ제도적 저항으로 분리 차별은 오히려 더 극악해진 면도 있었지만, 진통 끝에 미국의 60년대가 열렸고 64년 민권법과 65년의 투표권법이 제정됐다.

한편 대한민국 의회의 필리버스터는 1964년 한일협정 정치자금 비리를 폭로한 야당 의원의 구속 동의안 표결에 맞서 당시 초선 의원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5시간16분 동안 연설한 게 첫 사례이고, 2016년 2월 테러방지법 저지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의 12시간31분이 최장 기록이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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