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행권한 논란 속 G7서 “모든 것 재고할 수도” 언급
美, 中 추가 관세에 ‘관세 5%P 인상’ 즉각 맞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추가 관세 공방을 벌이던 중 미국 기업의 중국 사업장 철수 명령까지 언급했으나 이후 관세 부과를 되돌리는 듯한 발언을 하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 참석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의 조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비롯해 “모든 것을 재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관세율 인상을 후회하고 있다”는 미 언론의 해석이 쏟아졌고, 백악관은 “관세를 더 올리지 못해 후회하는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앞서 23일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추가 관세 공방 끝에 미국 기업에 중국 사업장 폐쇄를 요구하는 극단적인 카드까지 꺼냈다. 미국내 산업 전반에 미칠 파장과 법적 논란 등으로 실행에 옮기긴 어렵다는 점에서 일단 중국을 압박하는 성격이 강하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상 예상을 뛰어넘는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다. 2017년 북한과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당시 ‘핵 버튼’까지 거론하는 미치광이 전략을 구사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 전쟁에서도 극단적 선택 가능성을 열어두며 상대를 제압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미국산 제품 추가 관세 부과에 대한 보복 조치로 모두 5,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현행 방침보다 5%포인트 인상키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25%로 부과한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10월 1일부터 30%로 올리고, 나머지 3,000억달러 규모에 대해서는 9월과 12월 두 번에 나눠 각각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중국이 75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자 곧바로 맞불 대응에 나선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에서 훔쳐 간 막대한 돈은 중단될 것이고 중단돼야 한다"면서 "우리의 위대한 미국 기업들은 이에 따라 기업을 고국으로 되돌리고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포함해 즉시 중국에 대한 대안을 찾기 시작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시’라는 단어를 쓰긴 했으나, 이와 관련한 지시가 작성된 것은 없고 중국과의 관계를 끊기 시작하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참모들이 설명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중국 사업장을 철수시키거나 중국과의 거래를 끊으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가 비현실적일 뿐만 아니라 그럴 권한도 없다는 언론들의 비판이 쏟아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기자들과 만나 “내게 미국 기업들에 중국 내 사업을 중단하라고 지시할 절대적 권한이 있지만 상황이 어떻게 될지 지켜볼 것”이라며 재차 중국 사업 철수 명령 권한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는 이날 트윗을 통해서도 “대통령 권한 및 중국 등과 관련한 법을 모르는 가짜 뉴스 기자들은 1977년에 제정된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를 살펴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IEEPA를 거론하긴 했으나 실제 이를 실행할 권한이 있는지를 두고선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IEEPA에 따라 대통령은 국가안보나 외교 정책, 경제에 특별한 위협이 닥칠 경우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 제재를 가할 수 있는데, 그간 이란 인질 사태,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등 안보 위협 사안에서 이 법이 종종 적용됐다. 하지만 통상 문제에 적용된 전례가 없고 법 자체가 대통령의 권한을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NYT는 소개했다. 제니퍼 힐먼 조지타운대 법학 교수는 워싱턴포스트(WP)에 “기업들이 이미 중국에 투자한 것을 철수시킬 권한은 없지만, 향후 추가적인 투자는 금지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기업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리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수단을 사용해 미국 기업들의 탈 중국을 압박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중국 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극단적으로 높이거나, 중국 내 사업장을 가진 기업들을 정부 조달시장에서 배제하는 등 갖가지 방식을 동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기업연구소의 데릭 시저스는 WP에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전적으로 허풍은 아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처럼 중국 기업들을 대거 블랙리스트에 올려 미국 기업들과의 거래를 차단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미국 업계 지도자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친구’로 지칭해온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적(enemy)’으로 칭하며 중국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23일 트위터에 “나의 유일한 질문은 파월 또는 시 주석 중 누가 우리의 더 큰 적이냐는 것”이라고 썼다. 금리인하에 주저하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에 빗대어 시 주석을 압박한 것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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