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상호 관세 부과 발표로 미ㆍ중 무역분쟁 파고가 다시 높아지면서, 23일(현지시간) 미국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같은 날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 의장의 발언도 시장을 안정시키지 못했다. 26일 개장하는 한국 증시도 잇따른 대외 악재와 한ㆍ일 갈등 등의 영향으로 하락 압력에 직면할 전망이다.
지난 23일 중국이 미국산 수입품 750억달러 어치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곧바로 중국을 격렬하게 비난하면서 미국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2.37%, S&P 500 지수는 2.59%, 나스닥 지수는 3% 일제히 급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3일 증시 마감 후, “기존 관세와 부과를 앞둔 관세 모두 일괄적으로 5%씩 더 올리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주말 이후 개장하는 세계 증시에도 추가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파월 연준 의장의 ‘잭슨홀 미팅’ 연설도 시장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연례 중앙은행 회의에 참석한 파월 의장은 무역분쟁의 부정적 여파를 우려하며 “경기 확장을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구체적인 발언까지는 내놓지 않았다.
국제 투자은행들은 미중 대립이 장기화하면서 당분간 국제 경제에 변동성이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미중 대립이 무한 지속될 전망”이라고 평가했고 씨티은행은 2020년 대선 전까지 무역협상이 타결될 것이란 전망을 취소했다.
잭슨홀에 모인 각국 중앙은행 대표들도 일제히 무역분쟁에 우려를 표명했다. 파월 의장은 “무역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의회와 정부의 업무이며, 통화정책으로 이에 대응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마크 카니 영란은행장은 “최근 국제 경제 둔화의 주원인은 무역전쟁이며 미국이 모든 곳에 개입해 있다”고 주장했다.
미중 무역분쟁 전망이 악화하면서 양국과 밀접한 무역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 증시에도 충격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국내 증시와 외환시장에서는 한일 갈등까지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23일 한국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연장 종료를 선언한 데 이어, 오는 28일에는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 관리령 개정안이 실제 시행되는데 일본이 수출 규제 대상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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