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종사자 아닌데 환자 기록 봤나… 공소시효 지나 형사 처벌은 어려워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씨가 제1저자로 표기된 장영표 단국대 의대 교수의 논문. 대한병리학회 제공

조국(54) 법무부 장관의 딸 조모씨가 고교생 신분으로 제1저자에 이름을 올린 단국대 의대 논문의 의료법 위반 여부를 두고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조씨가 연구 과정에서 혈액 채취 대상이 된 신생아 91명의 정보에 접근했는지, 연구가 단국대 윤리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는지 여부가 불법성 여부 판단에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장영표 단국대 의대 교수가 조씨를 제1저자로 올린 논문(출산 전후 허혈성 저산소뇌병증에서 혈관내피 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의 다형성)은 작성 과정의 불법성이 도마에 올랐다. 논문이 뇌병증 환아 37명, 정상 신생아 54명 등 총 91명에게서 채취된 혈액 정보를 바탕으로 수행된 실험이라 조씨가 이 정보를 직접 열람하는 게 불법이라는 것이다. 현직 소아청소년과 의사인 권모씨는 최근 페이스북에 “환아들이 뇌병증 기준에 맞는지 일일이 차트를 보고 확인해봐야 하는데, 이는 의료인이 아니면 열람할 수 없게 돼 있다”면서 “제1저자가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면 허위 논문이고, 제1저자가 의료인이 아니면 명백한 의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권씨의 주장처럼 의료법 제21조 2항에 따르면 의료인, 의료기관의 장, 의료기관 종사자는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환자에 관한 기록을 열람하게 하거나 사본을 내주는 등 내용을 확인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조씨가 한영외고 2학년에 재학 중이던 2008년 장 교수의 연구실에서 인턴십을 했기 때문에 5년의 공소시효는 이미 지난 상황이다. 검찰 관계자는 “조씨가 직접 환자 정보에 접근했더라도 공소시효로 인해 형사적 처벌은 어렵다”면서 “다만 연구윤리를 위반해 지원된 연구비 회수, 논문 취소 등의 징계를 받을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23일 오후 서울 고려대 안암캠퍼스 중앙광장에 모인 고려대 학생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과 관련된 입시비리 의혹에 항의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박형기 인턴기자

논문 작성을 위한 연구절차가 단국대 병원의 윤리위원회(IRBㆍInstitutional Review Board)의 승인을 받았는지도 의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허대석 서울대 의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인체유래 검체(혈액)를 대상으로 이루어진 실험은 기관생명윤리위원회 (IRB) 관련 사항의 검증이 필요하다”면서 “제1저자인 고교생을 자격을 갖춘 연구자로 윤리위가 승인했는지 여부를 검증해야 한다”고 썼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15조에 따르면 인간대상연구는 연구 전 연구계획서를 작성해 윤리위원회 심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2008년 실험 시점에는 배아연구기관 및 유전자 연구 관련기관 등이 윤리위 의무설치 대상이었는데 단국대 병원은 유전자 연구를 하던 기관이라서 당시에 윤리위가 설치됐을 가능성이 높다. 보건복지부는 해당 실험이 궁극적으로 유전자 실험이었고 윤리위를 거쳤어야 했다고 보고 생명윤리법상 문제가 없는지 파악 중이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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