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1 호송’ 매뉴얼 안 지키다 불법체류자 3명 조사 중 도주
태국인 불법체류 여성 3명이 경찰에 체포돼 조사받던 중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도주했다 12시간 만에 다시 붙잡혔다. 최근 자수하러 온 ‘한강 몸통 시신 사건’ 피의자 장대호(35)를 그냥 돌려보낸 데 이어 체포한 피의자를 조사 도중 놓치면서 경찰의 안이한 피의자 관리가 도마에 올랐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양천경찰서는 지난 20일 오전 5시쯤 서울 신정동의 한 마사지 업소에서 태국인 안마사 A씨 등 3명을 의료법 및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경찰서로 연행돼 조사를 받던 이들은 같은 날 낮 12시쯤 “용변이 급하다”며 화장실을 가는 척 하다 수사관의 눈을 따돌리고 경찰서 후문으로 도주했다. 피의자 3명이 동시에 화장실을 갔는데도 경찰은 인원 부족을 이유로 남성 수사관 1명만 동행한 것이 화근이었다. 경찰청 훈령은 ‘피의자 호송 시 최소 피의자 1명 당 수사관 1명이 따라 붙어야 한다’고 정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한국일보 취재 결과 피의자 한 명이 먼저 화장실에서 나오자 수사관은 급히 조사실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이 틈을 타 나머지 두 명이 화장실에서 나와 후문을 통해 달아났다. 후문은 상가로 통하는 쪽문이라 따로 근무자가 없었다. 수사관이 당황하며 허둥지둥하자 먼저 화장실에서 나온 1명도 후문으로 빠져나가 마침 지나가던 택시를 잡아 타고 도주했다.
경찰은 수사과 가용 인원 60여 명을 투입해 추적에 나서 같은 날 오후 5시 20분쯤 경기 화성시에서 2명을, 오후 11시 30분쯤 인천에서 나머지 1명을 체포했다. ‘인원 부족’을 이유로 매뉴얼을 지키지 않다 졸지에 수사과 전원이 동원됐다. 피의자들은 다시 잡힌 뒤 “이러나저러나 추방될 거란 걸 알고 있어 도망쳐서 돈벌이라도 새로 구하자는 생각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방심해서 실책을 한 부분을 인정한다”면서도 “휴가자가 많은 기간이고, 점심시간이라 근무자 자체가 적었다”고 해명했다. 서울경찰청은 당일 수사과 사무실을 지키던 근무자 두 명과 지휘 과장에 대한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
한편, 경찰은 달아난 피의자 3명에 대해 특수도주 혐의를 추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23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경찰은 이들의 신병을 서울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 인계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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