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1(1부 리그) 대구와 강원이 대결한 24일 DGB대구은행파크. 대구에 1-3으로 패한 김병수 감독은 대뜸 상대 골키퍼 조현우(28)를 극찬하며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그는 “조현우가 국가대표 골키퍼의 품격을 보여줬고, 그의 활약이 경기 흐름에도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본다”며 깔끔하게 승복하면서 “전반에 득점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다 보니 선수들도 당황한 것 같다”고 했다.
김 감독 말대로 조현우는 지난해 러시아월드컵에서 주전 골키퍼로 맹활약하며 국내 최고 수문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달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유벤투스 방한경기에 나설 K리그 선발팀(팀 K리그)을 꾸릴 때 팬 투표에서 6만2,938표를 얻으며 압도적 1위를 기록, 전국구 스타임을 증명하기도 했다. 경기 후 만난 조현우는 담담했다. 그는 “홈경기를 할 때 제일 설레고 홈에서 무조건 이길 거란 자신감도 가지고 있다”며 “오늘은 수비수들이 잘 해줬고, 공격에선 세징야(30)가 워낙 잘해줘 이길 수 있었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넘겼다.
실제 이날 경기는 득점 상황만 보면 대구 공격수 세징야(30)의 원맨쇼였다. 대구는 전반에만 3골을 몰아넣었는데, 세징야가 팀의 선제골과 세 번째 골을 직접 넣고 김대원(22)이 넣은 두 번째 골을 어시스트하며 3골에 모두 관여했다. 김대원과 세징야, 에드가(31)를 일컫는 ‘대세가 트리오’의 호흡도 후반기 들어 가장 빛난 경기였다. 한편으론 경기 흐름이 뒤집어질 뻔한 위기가 끊이질 않았지만, 조현우의 선방으로 위기들을 넘겼다. 강원은 전반에만 12개의 슈팅 가운데 9개를 유효슈팅으로 연결했는데, 완벽한 기회를 맞아도 여지없이 조현우의 선방에 막혔다. 그 때마다 경기장을 메운 1만534명의 관중들은 마치 골을 넣은 것처럼 기뻐했고, 강원의 맥이 풀렸다.
경기 통틀어 대구는 7개의 슈팅으로 3골을, 강원은 무려 23개의 슈팅으로 1골을 뽑아낸 기록을 보면 이날 조현우의 활약을 가늠할 수 있다. 올해 대구의 총 실점은 26점으로 2위 전북과 같고, 3위 서울보단 무려 5점이 적다. 조현우는 “팀의 올해 목표가 3위인데, 3위 안에 꼭 들 수 있도록 모든 걸 쏟겠다”고 했다. 대구는 전반 42분 수비수 김동진(27)이 심한 반칙으로 퇴장 당한 뒤부턴 10명으로 뛰었으나 후반 33분 이현식(23)에게 한 골만 내주며 완승을 거두고 단숨에 6위에서 4위로 올라섰다.
조현우는 올여름 독일 분데스리가 뒤셀도르프 이적을 추진하는 등 새로운 무대에 대한 도전 의지를 보였지만, 이적 후 주전경쟁 및 임대이적 여부 등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발목을 잡은 모습이다. 웬만한 선수라면 낙담할 상황. 조현우는 “굉장히 아쉽지만 가족과 동료의 신뢰 속에 매 경기 최선을 다할 수 있다”며 웃어 보였다. 파울루 벤투(50)감독 부임 이후 김승규(29)에게 내준 국가대표 주전 골키퍼 경쟁에도 다시 나선다. 그는 “난 대표팀에 간다는 생각을 항상 하지 않는다”라면서도 “다만 뽑힌다면 대한민국을 위해서 최선을 다할 준비는 항상 돼 있다”고 전했다.
대구=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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