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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프리카에서 키우는 희망

입력
2019.08.26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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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왼쪽 두 번째) 외교부 장관이 7월 10일(현지시간)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아비 아흐메드 총리를 예방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강경화(왼쪽 두 번째) 외교부 장관이 7월 10일(현지시간)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아비 아흐메드 총리를 예방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에티오피아에는 ‘희망(HOPE)’이라는 이름의 유일한 아마추어 여자 야구단이 있다. 수도 아디스아바바 근교의 ‘LG-KOICA 희망직업학교’ 여학생들이 그 주인공이다. 가부장적 문화가 강한 에티오피아에서 쉬는 시간에 주로 교실에 남아 있는 여학생들을 위해 만들어진 팀이지만, 이제는 그 실력을 인정받아 올해 국내에서 개최되는 LG컵 국제여자야구대회에도 초청받았다고 한다.

7월 초 에티오피아 방문 계기에 희망직업학교를 찾았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현지 LG전자 에티오피아 지사와 함께 민관 협력사업으로 2014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이 학교는 양질의 직업교육을 무상 제공하며 졸업생 취ㆍ창업률 100%를 달성 중이다. 제조업을 적극 육성 중인 에티오피아에 긴요한 우수 산업인력을 양성할 뿐 아니라 한국전쟁 참전용사 후손들에게는 특별전형 입학 기회를 주고 있다. 희망직업학교는 이름 그대로 실업률이 높은 에티오피아 청년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서아프리카 가나의 최대 항구도시인 테마에는 ‘코스모 참치 가공공장’이 있다. 이 공장에서는 가나인 직원 1,200여명이 우리 어선이 대서양에서 잡은 참치로 매일 120톤 규모의 참치 캔을 생산해 대부분을 유럽으로 수출하고 있다. 가나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현지 성공 사례인 동시에 고용 창출과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지역경제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우리는 오래전부터 아프리카에서 상생번영의 희망을 키워왔다. 1960년대 중반부터 우리 원양수산업계 종사자들은 라스팔마스제도부터 가나, 앙골라에 이르는 서아프리카 연안을 포함한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며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에 기여해 왔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약 1억달러에 불과하던 시절, 이들은 중요한 외화소득원(1967~77년 약 3억2,000만달러)이었다. 1971년 원양어업 수출액은 총 수출액의 5%를 상회할 정도였다.

최근 아프리카는 인구 12억 단일 시장을 목표로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를 공식 출범시키며 희망과 기회의 대륙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런 아프리카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한 미ㆍ중ㆍ일ㆍ러 등 주요국들은 이미 아프리카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번 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리는 7차 도쿄아프리카개발회의(TICAD7)에도 다수 아프리카 정상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우리 정부도 지난해 6월 외교부 산하에 아프리카 특화기관인 한ㆍ아프리카재단을 설립하고, 국무총리의 아프리카 방문 등 고위급 교류를 바탕으로 아프리카와 ‘사람 중심’의 호혜적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키고 있다. 최근 남아공에서 한ㆍ아프리카재단과 남아공 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제1차 한-아프리카 경제포럼’은 풍부한 노동력과 자원을 보유한 데다 미국ㆍ유럽 시장 무관세 혜택을 누리면서 세계 자유무역 체제에 본격 편입 중인 아프리카와 한국 간의 실질 협력 확대 방안을 국내외 전문가들과 논의하는 유익한 기회가 됐다.

외교장관으로 취임한 뒤 올 7월 첫 아프리카 방문 계기에 에티오피아, 가나, 남아공에서 만난 각국 지도자들은 성공한 발전 모델로 우리나라를 높이 평가하고 우리 기업의 투자 확대를 적극 요청했다. 아프리카 각지에서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고 있는 경제인들,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청년봉사단처럼 그간 우리 국민들이 다져온 우정과 번영의 희망을 바탕으로 상생번영의 한-아프리카 관계를 더 적극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때다.

오늘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을 공식 방문한 에티오피아의 아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다. 한국전쟁 당시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지상군을 파병한 특별한 인연을 가진 나라이자, 아프리카연합(AU) 본부 소재지로서 아프리카 진출의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에티오피아를 시작으로 우리 외교 다변화의 외연이 희망과 기회의 땅, 아프리카로 더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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