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500여명 촛불 집회… 서울대 ‘조국 STOP’등 대학가 반발 확산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조모(28)씨를 둘러싼 대입 특혜 의혹에 대학가 분노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주요 대학엔 조씨의 특혜 의혹을 비판하는 대자보가 잇따라 내걸리는가 하면 서울대, 고려대에서 시작된 촛불집회도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날 조씨의 모교인 고려대에선 조씨의 부정 입학 의혹 규명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주최측은 정치색을 배제하고 외부인을 차단한다며 고대 학생인지를 확인한 뒤 검증을 거친 이들만 집회장에 입장시켰다. 집회가 열린 중앙광장엔 재학생 500여명이 몰렸다. 이들은 ‘자유·정의·진리는 어디에 있습니까’, ‘우린 무얼 믿고 젊음을 걸어야 합니까’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진상규명 촉구한다. 입학처는 각성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학생들은 조씨가 고등학교 시절 2주 인턴을 하고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논문으로 고대에 수시전형으로 합격한 데 대해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대학원생 김모(26)씨는 “대학원생도 수년간 공부해도 이름을 올릴까 말까한 의학논문 제1저자 자격을 고등학생이 2주 인턴 생활로 따고 이를 대입에 이용한 정황이 있는데 합법이라고 반성하지 않는 조 후보자 모습에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고대 2학년 김모(19)씨는 “청렴해 보이던 조 후보자가 뒤에선 기득권을 챙긴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고, 81학번 윤모(57)씨는 “조 후보자는 아버지로서 최근의 논란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고려대 게시판엔 6년 만에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다시 등장했다. 대자보를 쓴 학생은 “지금 이 순간에도 새벽 공기를 마시며 논문을 써내려 가는 대학원생들이여, 도대체 당신은 고작 2주짜리 랩 인턴은 왜 안했습니까?”라며 조씨를 비판했다.

조 후보자가 교수로 재직 중인 서울대에선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가 열렸다. 학생 350여명이 몰렸다. 학생들은 “조씨가 서울대 환경대학원에 진학한 후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지원하는 관악회 장학금을 2학기 연속 수혜 받고, 의전원 진학을 위해 자퇴하는 것이 정의로운 일이냐”고 따지며 조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했다. 조 후보자 딸의 논문 의혹이 불거진 단국대 학생들은 이날 ‘연구부정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조씨를 논문 제1저자로 올린 의대 장모 교수의 파면을 촉구했다.

부산대 학생들도 반발에 가세했다. 조씨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시절 두 차례 낙제를 하고도 3년간 장학금을 받은 게 비판 대상이다. 부산대 제51대 총학생회 ‘비긴어게인’은 이날 공식 입장문을 통해 “장학금 지급을 결정하는 것은 해당 교수의 재량이라 해도 유급을 당한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은 국민과 많은 학생들의 정서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며 대학 측을 향해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이날 주요 대학 게시판엔 “진상 규명을 위해 집회에 나서야 한다”는 독려 글도 잇따라 올라와 촛불집회가 다른 대학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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