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관련해 미국 언론들은 동북아 지역에서의 한미일 안보 삼각공조에 심각한 균열을 초래할 것이라고 일제히 우려를 나타냈다. 또 한일 갈등 국면에서 중재 역할에 소극적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책임론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2일(현지시간) ‘일본과 한국, 그리고 환태평양 지역의 균열’ 제하의 사설에서 “빠르게 고조되던 한일간 무역갈등이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으로 위험한 고비를 맞았다”며 “이는 북한과 중국의 군사적 위협을 감지하는 중요한 정보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는 양국의 ‘진짜 적’인 북한과 중국을 제외한 모두가 지는 싸움”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는 한일 양국이 냉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진지한 압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NYT는 특히 이번 결정을 포함한 한일관계 악화의 책임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렸다. 동북아 지역에서의 미국 안보이익이 건전한 한일관계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두 동맹국의 역할이 중요한데, 그간 트럼프 행정부는 무책임한 태도로 사태를 방관해왔다는 것이다. NYT는 “워싱턴은 이 싸움을 말리기 위해 진작부터 개입했어야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무력도발을 축소시키고, 동맹국과 적국에 동일한 관세를 부과하고, 안보동맹을 경시하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지소미아 종료가 앞으로 동북아 지역 안보위험 관리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과 일본은 지소미아 종료 이후에도 미국을 통해 간접적 정보 공유를 이어갈 수 있지만 이전보다 훨씬 제한적이고 비효율적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신문은 미 행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한번 죽은 협정은 부활시키기가 매우 어렵고, 이러한 종말은 분열의 메시지만 보낼 뿐”이라고 우려했다. 한 고위 관계자는 “미국의 집단 안보 체제를 유지ㆍ강화하고자 하는 문재인 정부의 진정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품게 됐다”고 WSJ에 밝히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 역시 한반도 전문가들의 발언을 빌려 “지소미아 종료로 인한 최대의 패자는 한국이고 최대 승자는 북한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국무부 한일담당관 출신 오바 민타로는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를 갱신하지 않기로 한 것은 그 누구보다 자기를 해칠 수 있는, 충격적일 정도로 어리석은 결정”이라며 “이는 한미동맹의 건설적 접근방식과 맞지 않고, 이번 결정으로 미국으로부터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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