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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 기술 발달해도 아날로그식 특수분장 대체 못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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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 기술 발달해도 아날로그식 특수분장 대체 못 하죠”

입력
2019.08.26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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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보디페인팅 페스티벌 우승 진현용 씨 

지난달 11일 열린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월드보디페인팅 페스티벌 SFX메이크업 부문 1위를 차지한 진현용씨와 수상작 에일리언. 진현용씨 제공
지난달 11일 열린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월드보디페인팅 페스티벌 SFX메이크업 부문 1위를 차지한 진현용씨와 수상작 에일리언. 진현용씨 제공

“한국 사람 손재주 좋은 거야 세계적으로 알려졌잖아요. 이번 대회에서 분장, 특수효과 분야에서도 한국이 세계적인 수준이구나 실감했습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진현용(48)씨는 우승 소감을 에둘러 말했다. 국내 특수분장 1세대로 꼽히는 진씨는 지난달 11일부터 13일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월드 보디페인팅 페스티벌(이하 WBF)’에서 SFX메이크업(Special Effects Make-up, 특수효과) 부문 1위를 차지했다. 1998년부터 매년 개최된 대회는 보디페인팅, 특수효과 메이크업 분야 세계 최대 축제로 올해는 남부도시 카린시아, 크라겐푸르트에서 열려 3일 만에 3만명이 다녀갔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12개 분야로 나눠 열린 보디페인팅 경연대회로 50개국에서 온 메이크업 아티스트 300여명이 참가했다.

최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만난 진씨는 “스스로 자극이 될 것 같아 2011년부터 불모지에 가까웠던 세계대회에 참가해 왔다. 경연을 통해 얻는 정보가 많아 꾸준히 도전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진씨는 리빙 아트 아메리카 챔피언십(Living Art America Championship)에서 2014년, 2016년 우승한 바 있다. 미국 LA에 거주 중인 그는 강연차 한국을 방문했다.

진현용씨가 특수분장사로 활동한 건 1990년대 중반부터다. 진씨는 “대학 생활에 흥미를 못 느끼고 1학년 여름방학 때부터 방송국 아카데미에서 메이크업을 배웠다. 더 창의적인 작업을 하고 싶어 보디페인팅을 독학으로 공부했다”고 말했다. 보디페인팅 도구와 화장품은 국내에 수입됐지만, 제대로 쓸 줄 아는 사람은 방송국에서도 드물었다. 외국서적을 뒤져 혼자 공부했고, 틈이 나는 대로 해외에서 며칠 단위로 열리는 워크숍을 신청해 배웠다.

월드 바디페인팅 페스티벌 SFX메이크업(특수효과) 부문 1위 진현용씨는 "분야를 바꿔 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윤기 인턴기자
월드 바디페인팅 페스티벌 SFX메이크업(특수효과) 부문 1위 진현용씨는 "분야를 바꿔 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윤기 인턴기자

방송국 드라마 분장팀에서 일하던 진씨는 1998년 20대에 메이크업 학원 ‘도도 아카데미’ 총괄교육 실장이 되면서 날개를 달았다. 방송인 하리수가 파격적으로 데뷔한 광고 ‘빨간통 파우더’가 도도화장품의 대표 상품. 진씨가 근무한 곳은 이 회사의 제품을 독점으로 쓰는 전국 체인 메이크업 학원이었다. 진씨는 강사를 교육하고 메이크업 교재를 쓰고, 보디페인팅을 접목한 메이크업 쇼 등 신제품 론칭 행사를 기획했다. “말 그대로 청춘을 다 바쳤어요(웃음). 그때는 밤 11시까지 일해도 힘든 줄 몰랐고, 쇼 끝나고도 사비로 재료 사서 연습할 정도였으니 일 자체가 너무 재미있었던 거죠.”

화장품 회사 부도로 메이크업 학원이 문을 닫은 후에는 드라마, 영화에서 특수분장을 담당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드라마 ‘갑동이’(2014), ‘라스트’(2015) 등이 최근작이다. “디지털그래픽(CG) 기술이 발달하고 있지만, 영화 드라마 제작 때 아날로그식 특수분장이 필요할 때가 많아요. ‘부산행’ 같은 영화 찍을 때, 그 많은 좀비를 어떻게 CG로 다 그리겠어요(웃음). 영화 방송산업이 커지면서 수요가 늘고 있지만 아직 특수분장을 하도급 업무 정도로 대우할 때가 많아 안타깝습니다.”

2016년 미국으로 활동 무대를 옮긴 진씨의 다음 꿈은 그곳에 특수효과 보디페인팅 연구소를 만드는 거란다. “특수분장은 재료가 발달하면서 기술도 발달하는 분야예요. 재료에 대한 갈증이 커서 메이크업교육학교 CMS(Cinema Makeup School)에 다시 들어가 공부했는데, 이제 이곳에서 한국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논의 중입니다. 한국 젊은이들이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더 큰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하고 싶어요.”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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