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남쪽에 사는 푸트리 부딘(23)씨는 최근 할머니가 숨졌다. 문득 할머니가 생전에 용돈을 보관하던 캐비닛 금고가 떠올랐다. 필요한 걸 사라고 자손들이 준 돈을 할머니는 쓰지 않고 금고에 차곡차곡 넣어뒀다. 그렇게 1년간 모은 돈이 1,000만루피아(85만원) 정도 되는 것으로 보인다. 현지 최저임금을 감안하면 두 달치 월급보다 많은 거액이다.
푸트리씨는 할머니의 금고를 열고는 깜짝 놀랐다. 비슷한 두께의 지폐 뭉치가 두 개 있었는데 한 묶음은 종이봉투 안에, 다른 하나는 비닐봉투 안에 있었다. 종이봉투는 이미 흰개미의 둥지로 변해 있어서 그냥 버릴 수밖에 없었다. 비닐봉투 안에 있던 지폐를 세어 봤더니 540만루피아였다. 그러나 흰개미가 곳곳을 파먹은 처참한 모습이었다.
푸트리씨는 구멍이 나고 넝마가 된 지폐라도 은행에 가져가서 신권 교환을 요청했으나 ‘최소 67% 이상이 손상되지 않아야 신권으로 교환이 가능하다’는 규정에 따라, 105만루피아(9만원)만 새 지폐로 바꿀 수 있었다.
푸트리씨는 이런 사연을 흰개미가 파먹은 지폐 사진과 함께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 계정에 올렸다. 인도네시아에선 흰개미가 돈을 먹어 치우는 사건이, 심지어 은행에서도, 가끔 일어난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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