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안보협력 균열 가능성… 인도ㆍ태평양 전략 한 축 무너진 것으로 볼 수도
한국 정부가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내림에 따라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에 균열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중국을 봉쇄하기 위한 인도ㆍ태평양 전략에서 동북아 축으로 한미일 협조 체제를 추진해 온 미국 측의 구상에 어긋나 한미 갈등을 초래할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청와대 측은 한미 동맹과는 무관한 결정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지소미아 종료 배경과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미국 측에 얼마나 잘 설명하는지가 관건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지적이다.
지소미아는 한일 간 정보 교환이라는 실제적·군사적 효용성에 의해 맺어진 것이 아니라,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 성립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데 의의가 있다.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은 “실제로 정보교환이 최근 얼마나 줄어들었는지는 둘째 문제로,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체제의 상징성이 대단히 크다”며 “지소미아 종료는 미국 조야에 한국이 중국 측에 기울었다는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킬 수 있다”고 했다. 일본이 로비를 통해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한미일 삼각 안보체제에서 한국이 벗어나려 한다는 취지로 한미 양국을 이간질하는데 악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미국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불쾌하게 여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미국이 추진 중인 인도ㆍ태평양 전략의 한 축이 무너진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지소미아 시작 자체가 미국의 대중국 동아시아 전략 속에서 한미일로 이어지는 군사협력을 위해 한국과 일본을 엮기 위한 고리였다”며 “따라서 지소미아 종료는 미국을 불편하게 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게다가 한일 갈등의 한국측 카드로 지소미아 종료가 거론되면서부터 방한한 미측 외교안보 고위 관계자들이 한 목소리로 한미일 협력을 강조하며 사실상 지소미아 유지 요청을 했음에도 한국 정부가 전격 종료 결정을 내린 과정도 불쾌할 수 있다.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 등 최근 한국을 잇따라 방문한 주요 외교안보 인사들이 지소미아 연장 입장을 전했고, 이날 오전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을 만난 스티븐 비건 미 대북특별대표 역시 한미일 협력 및 지소미아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및 정부는 협정 종료가 한미일 3국 간 안보협력 와해나 정보교류의 완전한 차단이 아니고, 한미 동맹과는 무관한 문제라고 강조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협정 종료 결정 배경과 과정을 설명하면서 “지소미아 종료 여부 검토하는 과정에서 미국과 긴밀히 협의했고, 우리 측 외교적 노력이 일측으로부터 반응이 없다면 종료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역설했다”며 “(종료 결정 발표 직전) 미측과 소통했고, 발표와 동시에 한국의 입장을 명확히 공유했다”고 했다. 그는 “지소미아 때문에 흔들릴 한미 동맹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국방부 역시 "지소미아 종료와 관계 없이 강력한 한미 동맹을 바타으로 안정적이고 완벽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일각에선 한미일 협력 체제 유지를 위해 미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명분을 준 것이라며 외려 반전의 계기로 보는 시각도 있다.
관건은 향후 우리 정부 입장을 얼마나 충분히 미국에 설명하는지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미국에 어떻게 해명할지, 한미 동맹은 어떻게 관리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미국에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엽 교수는 “이번 종료 결정이 한미 동맹이나 미국의 인도ㆍ태평양 지역에서의 구상, 그리고 한반도 문제와 연결시키지 않고 오로지 일본에 대한 대응임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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