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소미아 종료’ 결정 배경… “실리만큼 국민 자존감도 중요” 사실상 전면전 선언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이 22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한일간 '군사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협정(GSOMIA)' 연장 여부에 대한 브리핑을 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가 22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연장 종료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사실상 대일관계 전면전을 선언한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한국을 배제하면서 시작된 갈등 사태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화 노력이나 외교적 해결 시도를 거부한 데다 일본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작용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부 측은 이번 결정이 한미동맹과는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지만,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 유지를 강조하며 신중한 판단을 주문해왔던 미국 측과도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소미아 연장 이슈는 지난달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5당 대표 간 회동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할 경우 한국을 안보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니 지소미아 폐기를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우리 정부의 주요 대일 공격 카드로 급부상했다. 일본이 안보를 우려하며 한국을 상대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강화하고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추진한 만큼 우리도 안보 문제로 맞대응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경제 문제를 안보 문제로 확대 대응하는 것에 대한 우려 또한 적지 않았다. 실제로 청와대와 정부도 한동안 ‘전략적 모호성’을 내세워 연장 쪽으로 기우는 듯 했다. 또 최근에는 협정 틀은 유지하되, 실제 정보는 교환하지 않는 제3의 길도 대안으로 거론됐다.

청와대가 내세우는 지소미아 폐기 결정의 근거는 일본에 대한 신뢰 상실이다. 그간 한국 측이 문제 해결을 위해 내민 손을 일본 측이 번번이 거절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6월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제안했지만 거부당했고, 7월에도 두 차례 특사를 파견해 외교적으로 강제징용 문제를 풀기 위해 접근했지만 일본 측 호응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에 대화와 타협의 길을 제시했는데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며 “21일 (중국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일본이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는 등 우리 정부 노력에 부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일본이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유화적 태도를 보이기보다는 맞대응하는 것이 국가적 명분에도 맞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가 이익이라는 건 명분도 중요하고 실리도 중요하고 국민의 자존감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소미아가 종료됐다고 해서 일본과의 정보 교류가 완전 차단되는 것이 아니라, 지소미아 체결 전 한미일 3국간 군사정보교환을 하면 된다는 실리적 판단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이 우리 측에 제공한 군사정보의 효용성이 없다고 말할 순 없지만, 최근에는 정보 교류 대상이 감소 추세였다”며 “협정을 유지할 때 실리가 그리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우려되는 것은 한미일 안보협력 축이 무너지는 데 따른 한미동맹의 균열이다. 청와대는 이날 “미국은 우리 정부 결정을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미국과의 갈등을 우려하고 있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와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 등 최근 한국을 잇따라 방문한 주요 외교안보 인사들이 지소미아 연장 입장을 전해왔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을 만난 스티븐 비건 미 대북특별대표 역시 한미일 협력 및 지소미아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일본이 안보 문제로 한국을 신뢰할 수 없어 전략물자 판매를 제한하면서 문제제기 한 것에 대해 우리도 안보 신뢰 없는 일본과 안보 정보를 공유할 수 없다는 명분을 내세워 이런 결론을 내린 것 같다”면서 “문제는 미국 측에 어떻게 설명하는가”라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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