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는 감이여’ 할머니들 졸업식
이순구(왼쪽) 할머니가 구술을 채록하는 자원봉사자에게 자신의 찰밥 만드는 법을 설명하고 있다. 충남교육청평생교육원 제공

“사실 선생님이 편지 한번 써보라고 해서 썼어요. 기대는 안하고 썼는데, 답장이 와서 너무 놀랐죠.” (주미자 할머니)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소개한 책 ‘요리는 감이여’(창비교육 발행)를 쓴 할머니들은 “책을 쓴 것만 해도 내 인생에 이런 날이 오나 싶게”(주미자)벅찬데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은 기분”(방정순 할머니)이라는 반응이었다. 책은 충남교육청 평생교육원이 진행한 ‘세대 공감 인생 레시피’ 프로그램으로 한글을 배운 할머니 51인이 각자의 요리법을 담았다. 평범한 요리책으로 묻힐 뻔한 이 책은 사찰 식혜 조리법을 쓴 주 할머니가 청와대로 손편지를 보내 “졸업식에 초대해 직접 만든 시혜도 대접하고 싶다”며 문 대통령을 초대하면서 화제의 책이 됐다.

22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 50주년홀에서 열린 출판기념회 겸 졸업식이 열렸다. 저자들과 자원봉사자 학생, 가족 등 120여명이 참석했다. 비록 문재인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지만 유은혜 교육부총리가 축전을 보냈고, 할머니들은 벅찬 마음에 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사람들이 기억(ㄱ)자도 모른다고. '너는 왜 기억자도 모르냐'고 사람들한테 무시당하고 때에 따라서 내가 생각할 때도 창피하고 서럽고 눈물도 많이 났어요. 그러나 이제는 나도 열심히 배워서 사람들 앞에서 못 배운 한을 풀려고 생각합니다."(주미자)

22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 50주년 기념홀에서 열린 '요리는 감이여' 출판기념회에서 저자들이 출간 소감을 말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지은 아나운서 한주연 학생, 주미자 할머니, 김지철 충남교유감, 방전순 할머니, 이가양 학생, 방재남 할머니.

한글을 배우고 "은행가서 이름 쓰라고 하면 쓸 때, 우편물 올 때 읽어볼 때" 가장 좋았다는 방재남 할머니는 "(레시피) 쓰라고 해서 썼는데 책이 나오더라. 신기했다"며 감격스런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글을 배우기 전에 버스를 못 탔다"는 방정순 할머니는 "글을 몰랐던 사람이 책을 냈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하다"고 말했다.

책은 할머니들의 요리법에 중고생, 학부모 자원 봉사자들이 채록과 그림을 더해 완성했다.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이가연 학생은 “집은 부여, 학교는 공주라서 기숙사 생활을 한다. 책 일러스트 작업을 하면서 조부모님 생각이 많이 났다. 조부모님이 저를 키워주셨는데, 글자를 몰라 핸드폰 문자를 못 쓰신다. 글을 배우시면 장문의 감사 편지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충남교육청 평생교육원 초등과정 3년의 과정을 수료한 할머니 11인이 22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 50주년 기념홀에서 졸업장을 받았다. 출판기념회를 겸한 졸업식에서 할머니들은 눈물을 훔치는 등 벅찬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출판을 기념한 북토크 후에는 할머니 11인의 초등 과정 졸업식이 열렸다. 김지철 충남교육감이 축사를 하던 중 “자꾸 뭘 닦으신다”고 할 만큼 눈물을 훔치는 졸업생이 많았다. 졸업생 최봉화 할머니의 남편 전병욱 할아버지는 “팔십 노구를 지탱하는 것도 벅찬 사람이 3년의 교육과정을 마치고 졸업하는 모습이 아름답고 장엄하기까지 하다. 내가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공부를 도와줄 것을 굳게 약속한다”고 말했다.

‘요리는 감이여’는 충남교육청평생교육원이 발간한 자료집을 인터넷으로 본 출판사 편집자의 제안으로 정식 책으로 출간됐다. 자료집에서 레시피는 그대로 옮겼고 할머니들이 살아온 구술 채록을 보완해 19일 정식 책으로 발매됐고 3일 만인 21일 2쇄를 찍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이준호기자 junh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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