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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 손 들어준 법원… 해외업체에 망 사용료 부과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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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 손 들어준 법원… 해외업체에 망 사용료 부과 ‘빨간불’

입력
2019.08.22 17:38
수정
2019.08.22 20:2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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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방통위 4억 과징금 부과 부당” 판결… 국내 통신사들 향후 협상서 불리해져

진성철 방송통신위원회 통신시장조사과장이 22일 서울행정법원의 1심 판결 직후 법원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진성철 방송통신위원회 통신시장조사과장이 22일 서울행정법원의 1심 판결 직후 법원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페이스북이 정부의 과징금 부과가 부당하다며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승소했다. 앞서 방송통신위원회는 페이스북이 국내 통신사들과의 망(網) 사용료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일부러 접속 속도를 떨어뜨린 것으로 보고 약 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는데, 법원은 고의성이 없었다고 판단해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 박양준)는 22일 페이스북이 과징금 등 시정명령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방통위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용자의 불편 등 부작용을 알면서도 페이스북이 일부러 속도를 저하시킨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고의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아울러 접속 속도 저하가 방통위 과징금의 근거인 ‘이용 제한’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페이스북과 방통위의 갈등은 2016년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이용자들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서비스를 이용할 때 인터넷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불만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속도 저하의 원인은 접속 경로 변경 때문이었는데, 페이스북은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이용자들이 접속하던 길을 기존 KT의 페이스북 캐시서버에서 대역폭이 좁고 속도가 느린 홍콩 서버로 돌렸다. 캐시 서버는 이용자가 자주 사용하는 데이터를 가까운 위치에 저장해 두기 위해 설치하는 보조 서버로, 이를 사용하면 접속 속도가 빨라진다.

당시 페이스북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와 캐시서버 설치 비용 문제를 놓고 협상을 벌이던 중이었는데, 페이스북이 유리한 계약을 맺기 위해 일부러 접속 경로를 바꿨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속도 저하로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게 만든 뒤 저렴한 비용으로 빨리 협상을 끝내려 했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들여다 본 방통위는 이용자 불편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임의로 접속 경로를 바꾼 건 전기통신사업법이 금지한 ‘이용자 이익저해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지난해 3월 과징금 3억9,600만원을 부과했다. 페이스북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1년 3개월여의 법적 공방 끝에 1심 판결에서 페이스북이 승소한 것이다. 방통위는 항소할 계획이다.

갈등의 배경에는 해외 콘텐츠제공사업자(CP)들의 망 사용료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매년 수백억 원씩 망 사용료를 지불하는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기업과 달리 해외 CP들은 서버가 국외에 있다는 이유로 사실상 ‘무임승차’로 망을 이용해 왔다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이번 판결은 해외 CP들의 망 사용료 협상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가 망 품질과 관련한 페이스북의 책임을 덜어준 셈이어서, 캐시서버 설치 비용 등 향후 협상에서 국내 통신사가 글로벌 CP에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기 쉽지 않게 됐다. 국내 업체들의 역차별 논란도 거세질 전망이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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