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다. 그랬다면 디지털 시대에 진작 자취를 감췄을 거다. 책 더미는 때로 훌륭한 인테리어 소품이 되기도 하고, 책을 보관하는 도서관은 지역 내 유명 관광명소가 된다. 책은 읽기만 하는 도구도 아니다. 책은 즐길 수도 있다. 사소하게는 책 제목과 표지, 형태를 눈여겨보는 것부터 작가가 책을 썼던 방을 찾아가보거나 비슷한 주제의 책을 모으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파는, 작은 책방을 운영해보는 것 등이다. 이런 이유로 책은 오랜 시간 인류와 함께 했다.
인류학을 전공하고, 미술을 배운 미국인 일러스트레이터 제인 마운트는 책 더미와 책장을 그리면서 책을 즐겼다. 어느 날 식탁에 앉아 자신의 책장을 그리기 시작해 친구들의 책장도 그렸다. 그러다 흥미를 느꼈다. 책장 선반에 가지런히 꽂힌 책이나 차곡차곡 쌓인 책 더미에서 책을 고른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가 누구인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그가 갖고 있는 신념이 무엇인지 책들은 말없이 드러냈다. 2008년 이후 저자가 그린 책은 1만5,000권, 책장은 1,000여개에 달한다. 마운트는 그 과정에서 새로 알게 된 것들을 책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나누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주제별로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책, 관심이 있으면 찾아볼 만한 책, 유명 작가들이 글을 쓴 공간, 각국 인기 서점과 도서관 등을 삽화와 함께 깨알 같이 소개한 책 백과사전이다.
책의 원제는 Bibliophile(애서가). 직역하면 책을 사랑하는 사람을 말하지만, 책과 사랑에 빠져보라는 저자의 뜻을 담았다. 서문에서 저자는 “당신이 어느 책 한 권을 사랑하면, 그러한 사랑 덕분에 서로 인연을 맺고, 이 세상에 혼자가 아니라는 기적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범람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시대에 셀피(selfiesㆍ스스로 자기자신을 찍은 사진)보다는 셸피(shelfiesㆍ자신의 책장을 찍은 사진)가 어쩌면 당신의 외로움을 달래줄 수 있겠다.
우리가 사랑한 세상의 모든 책들
제인 마운트 지음ㆍ진영인 옮김
아트북스 발행ㆍ240쪽ㆍ2만9,000원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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