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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 ‘전대협 서울대본부’, 대자보로 조국 비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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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 ‘전대협 서울대본부’, 대자보로 조국 비꼬기

입력
2019.08.22 09:57
수정
2019.08.22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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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국 교수 비판하면 극우적폐, 일베충” 

 북한 서체 사용해 조국 관련 의혹 반어법 풍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 현대빌딩으로 출근하며 불거진 의혹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재훈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 현대빌딩으로 출근하며 불거진 의혹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재훈 기자

‘자랑스러운 조국 교수님의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가열차게 지지한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교수로 있는 서울대에 최근 붙은 대자보의 제목이다. 언뜻 보면 조 후보자를 지지하는 대자보로 보이지만 내용은 정반대다. 주로 북한의 공식 문건 등에서 쓰이는 글씨체인 '북한 서체(폰트)'를 사용한 점이나, ‘경애하는 문재인 대통령 각하께서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의 조국 교수님을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하시었다’는 소제목만 봐도 조 후보자를 반어법으로 신랄하게 풍자하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20일 서울대 캠퍼스에 붙은 해당 대자보는 ‘융복합 인재 조국’으로 시작한다. 내용은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으로 사회주의 이념의 정수에 서시고 사모펀드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혜택을 제일 많이 누리셨다”는 비꼬기다. 조 후보자는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가 사실상 이들의 ‘가족펀드’처럼 운영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어 ‘최순실을 넘어선 딸 사랑’이라는 대목에서는 “교수님께서는 늘 교육의 평등을 외치며 특목고, 자사고, 국제고를 철저히 규제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면서 조 후보자 딸의 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 입시를 둘러싼 논란을 하나하나 열거했다. 그러면서 “최순실 딸은 본인이 받은 금메달이라도 있었지만 조 교수님의 딸은 의학교육입문검사(MEET)도 보지 않고 당당하게 의전원에 입학하셨다”고 꼬집었다.

20일 서울대 캠퍼스에 붙은 조국 법무부 후보자를 신랄하게 풍자하는 '전대협' 명의의 대자보. 전대협은 1980년대 학생운동 단체의 이름을 차용한 보수단체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20일 서울대 캠퍼스에 붙은 조국 법무부 후보자를 신랄하게 풍자하는 '전대협' 명의의 대자보. 전대협은 1980년대 학생운동 단체의 이름을 차용한 보수단체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 대자보에는 문재인 정부가 ‘사회주의 개헌’을 추진한다거나, 영구집권을 위해 경제를 붕괴시키고 대다수의 국민을 가난하게 만들어 정부지원금과 수당에 의존하게 만드는 사회주의 포퓰리즘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또 “대한민국 국가 순위는 동남아 수준으로 떨어질 것”, “운동권 주사파 혁명세력은 선거도 야당도 언론의 감시도 없고 여론의 눈치 볼 필요도 없는 우리만의 천국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혁명의 첫걸음은 우리 조국 교수님을 결사보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교수님을 조금이라도 비판하는 학생은 모두 극우적폐와 일베충”이라며 “모조리 색출해 린치(집단폭행)를 가하자”고 대자보를 끝맺었다.

대자보를 게시한 단체는 '전대협 본부, 서울대학교 지부'라는 명의를 썼다. 1980년대 학생운동 단체인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이름을 딴 것으로, 올해 4월에도 전국 대학가와 서울 서초구 대법원,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대자보를 붙인 보수단체다. 같은해 7월엔 북한군 복장을 입고 장난감 총과 인공기를 든 채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 나타나 정부를 비판하는 유인물을 배포하다가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을 빚었다.

신(新)전대협은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만들어졌다. 주로 문재인 정부의 문제점을 공감하는 전국의 대학생과 대학원생, 청년들이 중심이 돼 운영되고 있다고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회원 수는 밝혀지지 않았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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