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벼락이 어딨어. 운전한 사람하고 돌아가신 분들은 평소에 서로 아는 사인데 어떻게 해.”
22일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내 퍼시픽랜드 인근 상인들은 전날 저녁 발생한 교통사고 소식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전날까지도 인근에서 장사했던 노부부들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돌아가셨다는 사실에도 놀랐지만, 술에 취해 차량을 운전한 운전자 역시 평소에 알고 지내던 인근 상인이었기 때문이다.
앞서 전날 오후 8시 10분께 퍼시픽랜드 입구 도로에서 A(53)씨가 술에 취한 채 1톤 트럭을 운전하다 인도 쪽 화단을 덮쳐 화단 연석에 앉아 있던 B(75)씨와 부인 C(73)씨를 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들 노부부는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숨졌다. 노부부 외에도 이들과 함께 있었던 D(55ㆍ여)씨도 중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현장에는 4명이 있었지만, 나머지 20대 청년 1명은 급하게 몸을 피해 화를 면했다.
서귀포경찰서에 따르면 사고 차량을 운전한 A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185%의 만취 상태였고, 조사 과정에서 음주와 범행을 모두 시인했다. 그는 이날 오후 일을 마치고 사고 현장 인근에서 술을 마신 후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150여m를 운전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또 과거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돼 무면허 상태로 차를 몰다가 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사고로 숨진 노부부는 사고 현장 인근 중문해수욕장에서 10여 년간 관광객 등을 상대로 감귤 등을 팔며 생계를 꾸려왔다. 사고를 낸 A씨 역시 숨진 노부부가 감귤을 파는 장소 인근에서 음료 등을 판매하는 상인으로, 평소 서로 알던 사이였다.
인근 상인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사이도 좋았는데 너무 안타깝다. 새벽부터 나와 장사 준비를 하고, 저녁 늦게까지 일을 하셨다”며 “이날도 영업을 마치고 돌아가시다 사고를 당한 것 같다. 게다가 사고 운전자가 평소 알던 상인이라니,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찰은 이날 A씨를 현장에서 체포하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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